우원식 의장 “MBK 10만 생계 책임져야”

2025-05-23 13:00:02 게재

홈플러스 노조·입점업주 면담

“정리해고 분위기, 불안에 떨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6월 12일에서 7월 10일로 연기된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장실에서 홈플러스 노동자와 입점업체들이 모인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와 면담을 갖고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우 의장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 벌써 두달이 지났지만 대주주인 MBK의 무책임 속에 홈플러스에 직간접으로 고용된 10만 노동자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21일) 노사협의회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들었는데, 정부도 폭력적인 농성장 철거를 방관하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가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것”고 덧붙였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양동안구갑)은 “노동자들의 고통과 단기채권 피해 등을 고려할 때 MBK측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 자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MBK는 법원을 이용해 자산을 매각하고 점포를 폐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10년전 해고투쟁할 때 단 4명을 위해 부산까지 와서 힘을 보태준 것에 너무 감사하다”며 “지금은 4명이 아닌 10만명의 생존이 달려있는 만큼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울산 홈플러스 노동자 손상희씨는 “최근 물류공급 중단과 정리해고 분위기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가 불안에 떨고 있다”며 “20년 이상을 일해 온 점포에서 물건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은 처음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민 의원은 “이 모든 계획이 MBK의 의도적 청산 전략이라면 김병주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고발과 압수수색이 진행됐으며 출국정지도 이뤄졌다”며 “공범으로서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회생 절차의 모든 이해당사자인 노동자 입점점주 납품업체 등이 고려된 회생계획 수립을 위한 국회가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MBK측이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김 회장이 직접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3월 4일 회생절차가 개시된 홈플러스는 일부 점포 임차료가 과도해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이 있다며 4월 초부터 61개 임대점포를 대상으로 임차료 조정협상을 진행해왔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126개 점포 가운데 임차 중인 68개에 대한 ‘매각 후 재임차’(세일앤리스백)에 기반해서다.

홈플러스는 68개 임대점포 중 7개는 회생신청 전에, 17개는 이달 14일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최악의 경우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44개 매장도 계약해지될 수 있다.

21일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 최두호·박소영 부장판사)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6월 12일에서 7월 10일로 연기했다. 회생계획안의 근거가 되는 조사보고서의 제출기한 역시 다음 달 12일로 변경됐다.

조사보고서는 3월 4일 회생개시 때 조사위원으로 선정된 삼일회계법인, 그리고 관리인인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 겸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각각 작성한다. 삼일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는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담는다. 반면 김 부회장의 홈플러스 조사보고서는 채무확정표 성격이다.

한편 21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80일 만에 첫 노사 회생간담회를 열었지만 마트노조는 실질적인 협의가 아닌 일방적인 설명에 그치면서 중간에 퇴장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천안점(92명)과 천안신방점(86명) 등 2개 점포의 폐점에 대해 “천안지역 익스프레스 4개 점포로 전배하고 일반적으로 폐점 시 10% 이상이 자연스럽게 퇴사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트노조는 “익스프레스 점포 중 1곳은 가맹점으로 실제로 전배가 가능한 직영점포는 3곳에 불과하고 마트 직원이 점포당 90여명인 데 비해 익스프레스 직영점의 직원은 매장당 9명에 그쳐 마트 직원을 전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