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역공약 ‘국정과제’처럼 관리해야
시·도 공약, 당선 후 나몰라라
‘선정·관리 체계’ 개선 바람직
대통령 지역공약이 ‘서자취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 대비한 개념인 비수도권 전체를 관통하는 지방공약은 국정과제로 취급되지만 시·도별 또는 시·군·구별 지역공약은 관리체계가 허술하다는 얘기다.
수차례 같은 공약을 반복하거나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의 공약도 ‘표’가 아쉬운 정치권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행도 여전해 지역공약 발굴부터 관리까지 전반적인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통령 지방공약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는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수도이전’ 공약이다. 정치권에선 지금도 ‘수도이전’ 공약이 당시 충청권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수도이전은 좌절됐지만 국민들은 2012년 세종시 출범으로 지방공약의 효능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우리나라 선거 특성상 지방공약은 전국적인 분야별 이슈만큼이나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대통령의 시·도별 또는 시·군·구별 지역공약의 처지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슬그머니 사라졌다가 다음 선거에 또 다시 등장한다. 이재명 후보의 ‘우리동네공약’에 대해 “어떻게 책임지려고 하나”라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시·도별 또는 시·군·구별 지역공약의 경우 선정부터 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지역공약은 17개 시·도가 공약을 제안하면 이를 각 후보진영이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정당 차원의 정책 고민이나 꼼꼼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일단 받고 보자는 식이다. 우리만 빠지고 상대방 후보가 공약으로 넣을 경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이후 지역별로 주요 공약을 포기하거나 손을 놓아버리는 일이 잦았다. 정당이 주도해 공약을 선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거과정에서 지역공약의 근거, 로드맵 등을 밝히고 지역의 요구를 받지 않은 이유도 밝힐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 유세현장에서 일단 지르고 보는 ‘깜짝공약’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당선 후 지역공약 관리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 역시 나온다. 현재 대통령 지역공약은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후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거쳐 지역공약을 지역정책과제로 정리했다.
지방시대위원회 관계자는 “문재인정부가 처음으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지역공약을 관리했다면 윤석열정부는 처음으로 지역공약을 인수위를 거쳐 지역정책과제로 선정해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지역공약 관리체계가 나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개선에도 여전히 집행력 등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시대위는 지역정책과제를 관리하는 플랫폼과 같은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국정과제는 총리실이 앞장서 각 부처가 책임지는 구조라면 여전히 지역공약은 지자체가 앞장서는 구조다. 대통령 공약인데도 지자체는 다그치고 중앙정부는 따져보자는 식이다. 대통령 공약임에도 각 부처에서 전국 공모사업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잦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선 대통령 지역공약은 ‘공모 제한제’를 실시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 이후엔 인수위를 거치지 않는 만큼 오히려 뒤로 후퇴할 가능성마저 나온다.
충남도 관계자는 “대통령실이나 총리실이 국정과제처럼 직접 지역공약을 책임져 집행력을 높이는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