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서는 탄소규제로 전기차 판매 증가
테슬라는 올해들어 부진
BYD 등 중국업체 존재감
유럽연합(EU)에서는 전기차 판매량이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을 뚫고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유럽 전기차시장을 좌지우지했던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행보에 대한 반감 여파로 부진한 반면 BYD(비야디) 등 중국업체들이 유럽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3일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 통계를 인용한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 보도에 따르면 1~4월 EU내 전기차 판매량은 75만9325대로 전년동기대비 27.5% 증가했다. 같은기간 EU 자동차 판매량이 0.3% 감소한 447만737대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지난해까지 유럽 전기차시장을 이끌었던 테슬라가 올해 부진을 거듭하는 상황이어서 더 주목된다. 1~4월 EU내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은 6만2313대로 38.7% 급감했다.
캐즘을 뛰어넘는 이러한 판매 증가는 EU가 올해부터 부과한 탄소규제가 주원인으로 관측된다.
EU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는 올해부터 신규 승용차의 CO₂배출가능 상한선을 2021년 대비 약 15% 낮춘 ㎞당 93.6g으로 정했다. 이 기준을 초과하면 목표달성이 미흡한 것으로 간주해 g당 95유로씩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었다.
집행위는 업체들의 반발이 커지자 지난달 2025~2027년엔 신차의 CO₂배출 감축량 목표 달성 여부를 연간 단위가 아닌 3년 평균치로 계산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채택하며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완화방침에도 소비자들 눈길을 전기차로 돌리게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기차와 함께 EU 내 PHEV 판매도 늘었다. 1~4월 EU내 PHEV 판매량은 36만66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증가했다. PHEV 판매 증가에는 상계관세로 전기차 수출이 막힌 BYD 등 중국업체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 관세율은 최소 17.8%에서 최고 45.3%로 뛰었다. 이에 BYD 지리 상하이자동차(SAIC) 등 중국업체들은 상계관세를 피할 수 있는 PHEV 출시에 집중했고, 이는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BYD의 ‘실 유’(SEAL U)는 지난달 6083대가 팔리며 PHEV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BYD 전기차는 4월 유럽에서 처음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조사업체 JATO 다이내믹스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럽 28개국 데이터에 따르면 BYD는 4월 한달간 유럽에서 전기차 7231대를 판매했고, 테슬라는 7165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