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 가솔린차 판매금지' 제동
상원, 공화당 주도로 법안 폐기
트럼프정부, 내년 기후예산 삭감
전기차 시장 판도 바뀔지 주목
미국 상원이 캘리포니아주의 신규 가솔린(휘발유) 차량판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려는 계획을 차단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앞장서 이날 51대 44로, 캘리포니아의 가솔린자동차 금지법을 폐기했다.
캘리포니아는 2026년 주에서 판매되는 신규 승용차와 경트럭의 35%를 무공해, 플러그린하이브리드, 수소연료차량으로 의무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요건은 2030년 68%로 상향되며, 2035년 주에서 신규 가솔린 차량 판매가 전면 금지될 것으로 예고했던 내용이다.
상원은 또 캘리포니아주가 2035년까지 주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규 트럭의 절반을 전기차로 의무화한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51대 45로 찬성표를 던졌다. 자동차와 트럭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제한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51 대 46으로 반대했다.
뉴욕타임즈는 “가솔린자동차금지법 폐지는 캘리포니아주의 전기차 전환 가속화라는 야심에 타격을 입혔다”며 “그 여파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11개주가 2035년까지 신규 가솔린 차량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11개주는 미국 자동차시장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 결의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으로 넘어갔다. 청정에너지에 반대하고 캘리포니아의 화석연료 사용감축 노력에 불만많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결의안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는 2026년 정부예산안을 수립하면서 바이든 정부시절 만들었던 연방 기후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152억달러도 전액 삭감했다.
이 예산이 없어지면 전기차 구매보조금 7500달러가 취소되고, 탄소포집기술 보조금도 폐지되며, 친환경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가 완전히 사라진다
앞서 포드 혼다 등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캘리포니아주와 협정을 체결하고, 배기가스 배출 기준 설정 권한을 인정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2035년 의무 이행을 약속하지는 않았다. 나아가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대표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은 가솔린 차량 판매 전면 금지를 반대해왔다.
AAI의 존 보젤라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성명을 통해 “사실 전기차 판매 의무화는 결코 달성될 수 없었다”며 “시장상황과 전기차 판매요건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캘리포니아주의 요구사항은 일자리와 제조업의 손실, 자동차가격 상승, 차량선택 감소로 이어지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의 공화당이 미국을 다시 스모그로 만들고 있다”며 “해당 정책을 폐지하면 중국의 자동차기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 알렉스 파딜라는 공화당 표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상원 인준을 기다리는 환경보호청(EPA) 후보 4명의 인준을 보류했다. 그는 향후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공화당이 추진하는)모든 가능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적으로도 논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50여년간 캘리포니아가 국가 기준보다 더 엄격한 환경규정을 설정했던 권한에 대해 의회가 이의를 제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미국 전기차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법적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