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변수 ‘단일화’…이준석, 김문수 손 잡을까
김문수·이준석 지지율 동반 상승에 기대감
투표용지 인쇄 전 24일 1차 단일화 시한
김문수 ‘탄핵 관련 입장 선회’ 등 관건
민주당 “야합 단일화 돼도 판 못 뒤집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막판 뒤집기를 위한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단일화를 대선 승리의 유일한 해법으로 보고 있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이 후보를 향한 구애에 총력전을 벌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반면 대선 완주 선언으로 국민의힘의 단일화 요청에 찬물을 끼얹은 이 후보의 몸값은 더 오르고 있다.
6.3 대선이 1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단일화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투표용지 인쇄 전날인 24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 늦어도 29일 사전 투표가 시작되기 전에는 단일화가 성사돼야 사표 발생을 줄여 유의미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막판 승부수인 단일화를 위해 이 후보를 향한 국민의힘의 구애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23일 신동욱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단장은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 추이가 서로 상쇄하는 트레이드 오프가 아니고 이재명 후보가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충분히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단일화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인 두 후보의 지지율 흐름은 긍정적이다. 22일 발표된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48.1%, 김문수 38.6%, 이준석 9.4%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이재명 후보는 2.1%p 하락했지만,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각각 3.0%p, 0.7%p 상승했다. 이재명 후보 대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격차는 5.9%p에서 0.1%p로 줄었다.(20~21일 전국 18세 이상 1012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같은날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낸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재명 46%, 김문수 32%, 이준석 10%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이재명 후보는 3%p 떨어졌고 김문수 후보는 5%p, 이준석 후보는 3%p 올랐다. 이재명 후보 대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격차도 15%p에서 4%p로 좁혀졌다.(19~21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 상승은 단일화를 위한 호재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 등 김 후보의 ‘정치적 소신’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 이 후보는 ‘비상계엄 반대’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과의 선긋기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대선 승리를 위해 △계엄으로 인한 탄핵 반대에 대한 입장 선회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자유통일당 등 극단 세력과 선긋기를 결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계엄에 대해서만 에둘러 사과하는 데 그친 바 있다. 김 후보가 전향적인 입장 선회로 이 부분을 해소하지 않으면 이 후보가 단일화에 응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로서도 정치적 명분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이 후보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만들려는 세상은 윤석열을 몰아냈더니 푸른 점퍼로 갈아입은 또 다른 윤석열, 다시 빨간 옷을 차려입은 작은 윤석열이 등장하는 세상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당대표 시절 ‘윤핵관’에게 쫓겨나다시피 했던 이 후보는 최근 폭로된 국민의힘의 ‘당권 제안’ 회유를 비판하며 단일화 요구를 일축했다. 이 후보는 “2022년 상스러운 욕으로 문자 보낸 분들이, 2024년 자살 종용하던 분들이 2025년 제게 읍소하고 며칠 지나니 협박하고 있다. 이런 감정선을 가진 사람들과 무슨 일을 도모할 수 있겠나”라면서 “이번 대선 끝까지 이준석, 개혁신당의 이름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키를 쥐고 있는 이 후보 측은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며 오히려 이 후보로의 단일화가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이동훈 개혁신당 공보단장은 CBS 라디오에서 “이준석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 확장성 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지난번 1차 TV토론을 하면서 강화가 됐고 오늘 2차 TV토론을 하고 나면 내주에는 더욱더 그런 경향이 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측에서도 김문수-이준석 후보 간 단일화가 대선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 중이다. 단일화가 실현될지에 대해선 전망이 갈리지만 설사 단일화가 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으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광재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은 23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 하면 바보”라면서 “(이 후보와) 만난 적이 있는데 국민의힘과 같이 할 일은 없다고 했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민석 선대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단일화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김 위원장은 같은 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고까지 표현하면서도 “야합 단일화가 돼도 판을 뒤집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문수-이준석 두 후보간 단일화을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야합’ 프레임을 씌운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 후보는 제3의 길이라는 새로운 중도정치나 철학을 갖고 출발한 게 아니고 회귀의 방법을 계속 찾고 있었다”면서 “(단일화를 할 경우)아마 1+1이 2가 아니라 1.5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원·김형선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