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휴전 효과? 물동량 반등
컨테이너 예약 급증
지속성은 ‘물음표’
미국과 중국이 고율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한 직후, 중국발 미국행 물동량이 급증했다. 해운업계는 컨테이너 예약이 한 주 만에 두 배 이상 뛰고 운임도 급등하는 등 ‘깜짝 반등’ 현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반등이 지속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관세 합의 직후 일주일 동안 중국발 미주 노선의 컨테이너 예약이 229만 TEU(1 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직전 주 91만 TEU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공급망 데이터 수집업체 비지온(Vizion)의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일시적 반등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다음 주 예약량은 137만 TEU로 다시 하락했다. 해운업계는 미중 무역 갈등 이후 해운사들이 해당 노선 운항을 줄이며 선박을 다른 노선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현재 중국발 미국행 노선에는 적재 공간(선복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SSE)에 따르면 관세 합의가 발표된 5월 12일 이후 일주일 동안 중국발 미국 서부행 40피트 컨테이너 운임은 직전 주보다 10% 상승했다. 일부 해운사는 초대형 선박을 작은 선박으로 교체하거나 아예 해당 노선 운항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란은 앞으로 몇 주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 아시아 물류업체 관계자는 “다른 노선에 투입된 선박을 다시 배치하는 데만 수 주일이 걸릴 수 있다”며 향후 90일은 물류 시장이 불안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기적인 물동량 급증이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총 145%의 관세를 일시적으로 30%로 낮췄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경기 불확실성과 미국 내 소비심리 악화도 부담 요인이다.
프랭클린WH 에너지 스토리지의 빈센트 앰브로스 최고상업책임자(CCO)는 “중국 내 생산에서 배송까지 평균 12주가 걸리기 때문에 90일 유예로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해운 선주단체인 빔코(BIMCO)의 닐스 라스무센 수석 애널리스트 역시 “관세 유예가 곧바로 물동량 급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일시적 반등은 있었지만, 그 지속성에는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