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팀 쿡, 2025년 흔들리는 애플
트럼프, 미국 생산 압박
법적 리스크 등 복합위기 조니 아이브의 귀환까지
가장 최근의 도전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23일(현지시간)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했다. 애플은 일부 아이폰 생산을 인도로 이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핵심 부품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완전한 생산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트럼프의 압박에 대응해 애플은 AI 서버를 텍사스에서 생산할 계획을 밝혔지만, 트럼프는 더 많은 ‘미국산’ 애플 제품을 원하고 있다.
앱스토어 규제 리스크에 수익모델도 위협받고 있다. 애플은 서비스 부문에서 나오는 70% 이상의 높은 이익률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1일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Yvonne Gonzalez Rogers) 연방 판사는 애플이 앱 개발자가 앱스토어 수수료를 우회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명령을 무시했다며 “쿡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도 유사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어 글로벌 확산 가능성도 있다.
또한 미 연방 및 주의회는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앱스토어에 사용자 연령 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청소년의 앱 구매력이 위축될 수 있다.
더군다나 미국 법원이 진행 중인 구글 반독점 소송의 결과에 따라 구글이 사파리 브라우저에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되기 위해 애플에 지급하는 약 200억달러의 수익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 금액은 애플 입장에서 거의 순이익과 다름없는 수입원이다.
아이폰 디자인을 주도했던 조니 아이브는 오픈AI와 함께 스마트폰 이후 시대를 겨냥한 AI 기기 개발에 나섰다. 그는 21일 “화면에서 벗어나 새로운 컴퓨팅 경험을 제시하겠다”고 밝히며, 기존 기기의 패러다임을 흔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애플 역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애플 고위 임원 에디 큐는 최근 법정 증언에서 “10년 뒤에는 아이폰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애플은 AI 경쟁에서 다소 뒤처진 모습이다. 6월 개발자 회의에서도 뚜렷한 AI 혁신이 공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쿡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Siri의 개선된 버전이 아직 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그동안 후발주자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해 왔지만, AI 시대에도 이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애플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고 장기적인 전략으로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면한 문제들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정치, 규제, 그리고 소비자 행태의 변화를 모두 아우른다. 팀 쿡에게 2025년은 그 어떤 해보다도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