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 ‘이재명 판결·사법 독립’ 입장?

2025-05-26 13:00:34 게재

참석자 중 과반수 이상 찬성하면 안건 의결

조희대 대법원장에 건의안 내놓을지 관심

전국의 법관 대표들이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촉발된 사법부 안팎의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특정 사건인 이 후보 판결 자체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는 건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흐르지만, 그간 법원 내에서 논쟁이 됐던 사안인 만큼 주 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선을 8일 앞두고 있어 정치 개입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최근 민주당의 사법개혁 일부 속도 조절 등을 고려해 논의에 거듭 신중을 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6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법관대표 88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현장 참석과 온라인 참석을 병행했다.

법관 대표들은 공정한 재판과 사법부의 신뢰, 재판 독립 침해 우려 등에 관해 법관대표회의 명의로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지에 관해 논의한다.

의장인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제안한 안건 2건이 일단 상정돼 있지만, 현장 논의에 따라 안건이 변경되거나 추가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정된 안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민주국가에서 재판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바탕인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힌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특정 사건(이재명 후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 변경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현장에서 제안자 포함 10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추가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

회의에선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신뢰에 훼손을 입었다는 지적,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을 요구하고 대법관 증원·재판소원 등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됐다는 문제 의식 등이 치열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회의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의결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구체적 입장 발표를 위해선 각 안건에 대해 참석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70명이 회의 개최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안건 의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상정된 안건은 논의와 표결을 거치고 원안, 수정안, 혹은 부결 등의 방식으로 처리된다.

게다가 대선을 불과 8일 앞두고 법관들이 모이는 회의가 자칫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정 대선후보 판결로 촉발된 논란에 구체적 입장을 내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법원 내부망에도 회의를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이에 법관대표회의가 의결을 미루고 대선 이후 다시 회의를 열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걸던 민주당의 일부 ‘속도조절’도 이번 회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최근 논란이 일었던 당의 ‘비법조인 대법관 증원’ 법안과 관련해 “개별 의원들의 개별적 입법 제안에 불과하며, 민주당이나 제 입장은 전혀 아니다”라며 “지금은 내란 극복이 더 중요하다. 국민들이 이 나라의 운명을 걸고 판단하는 시점인데 불필요하게 그런 논쟁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여 사법행정 및 법관 독립에 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하는 회의체다.

법관대표 126명 중 과반수가 출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고, 참석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

법관대표회의는 매년 두 차례 정기회의를 여는데, 의장 직권 또는 구성원 5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임시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이번 임시회의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이 후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하면서 촉발됐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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