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동자·입점주 구조조정 공포
점포 폐점되면 사실상 인력 감축 상황 … 계약해지되면 입점업체 보상도 없어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임대료 인하 협상이 결렬된 일부 점포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대규모 폐점 사태로 이어져 사실상 구조조정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홈플러스 소속 노동자는 물론 폐점 가능성이 거론되는 점포의 임대업체 점주들의 불안은 공포감 수준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홈플러스는 점포를 임차해 영업 중인 매장(68곳) 중 폐점이 예정된 7곳을 제외한 61곳을 대상으로 임대료 조정 협상 중이다. 이 가운데 17개 점포에 최근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최악의 경우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44개 매장도 계약해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후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통해 점포를 운영했다. 공시에 따르면 임차료를 의미하는 회계상 유동 리스부채는 2023년 기준 4292억원이다.
홈플러스는 정상화를 위한 비용절감을 이유로 임대인들에게 임대료 35~50%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점포가 입주한 건물들의 경우, 임대수익을 기준으로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상업용 부동산이라 임대료 감소가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임대인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홈플러스측은 “최선을 다해 협상했지만 일부와는 기한 내 합의를 마무리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법원의 승인을 받아 계약해지 통보를 하게 됐다”면서 “마지막까지 협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를 다 죽이고 있는 청산 절차” = 이런 설명에도 유통업계 등에서는 이대로 폐점 수순을 밟아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번 임대료 협상이 결렬된 17개 점포에 근무하는 정규직·용역·입점업체 등 인원이 약 2000~3000명에 달할 것으로 본다. 기업회생 과정에서 추가 폐점이 발생하면 대규모 인력감축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측은 임대료 협상이 최종 결렬돼 폐점되더라도 해당 점포 직원들에게 ‘고용안정지원제도’를 적용해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하고, 소정의 격려금을 지급하는 등 새로운 근무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홈플러스노동조합 등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폐점이 이뤄지면 고용 전환될 점포가 마땅치 않고, 전환을 원하더라도 해당 지역 밖으로 배치받을 수도 있어 현실적으로 근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천안의 경우 정규직 180여명이 근무 중이지만, 인근 익스프레스 매장의 인력은 27명에 불과하다. 강원 삼척의 경우 홈플러스 매장이 한 곳 뿐이라 고용 전환이 된다 해도 거주지를 타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 노동조합은 “회사측은 정년퇴직이나 자연퇴사로 흡수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간접 해고”라고 주장한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오랜동안 계산원 일만 하신 분은 다른 점포로 전환배치되더라도 기존 캐셔들이 있어 수산 축산 조리쪽에 배치될텐데 평생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과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들이 많다”며 “최저임금밖에 못받는데 그냥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겠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식의 회생은 회생이 아니고 우리 모두를 다 죽이고 있는 청산 절차”라면서 “실제 이렇게 만들어 왔던 MBK가 진짜 책임있게 나서서 사재를 출연하든지, 1조원 투자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약해지 통보 사실도 언론 통해 확인” = 홈플러스가 임차계약 해지를 통보한 17개 점포 입점 소상공인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해당 점포에 입점해있는 매장 수는 대략 200~300곳으로 추산된다. 절반은 브랜드 본사 직영매장이고, 나머지 절반은 순수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홈플러스 방문 고객 수가 줄어 매출 타격을 입었는데 상황이 개선되기보다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특히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에 입점해있는 매장은 특수상권으로 분류돼 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최대 10년의 계약 갱신청구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권리금도 받지 못한다. 폐점이 확정되면 그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문을 닫아야 한다.
회생 절차 개시 전 폐점이 결정된 부천상동점이나 서울동대문점에 입점한 점주는 위로금과 인테리어 투자비 일부를 보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생 절차 개시 이후로는 최소한의 보상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로선 홈플러스가 임차료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입점주 보상책을 마련했는지도 불확실하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17개 점포의 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 사실을 알린 설명 자료에서 점포가 문을 닫을 경우 소속 직원에 대해선 고용안정지원제도를 적용해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하고 소정의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밝혔다. 하지만 입점주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한 입점 점주는 “직원은 매장이 문 닫아도 다른 매장에서 근무할 수 있지만 임대점주들은 다른 매장으로 옮겨 영업할 수도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계약 해지를 통보한 17곳이 어디인지도 본사가 아니라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면서 “이렇게 문을 닫게 되면 업주들은 투자금을 다 날리고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고 말했다.
계약 해지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점포 입점주들의 상황도 쉽지 않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이후 방문객 수가 줄면서 매출이 갈수록 떨어져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계약연장 대상 입점 업주의 경우 수수료 인상 통보도 받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장세풍·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