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익중심’, 김문수 ‘한미동맹’…외교안보 공약, 곳곳에 구멍
외교 통상 쟁점 없어 … 안보분야만 ‘핵’ 놓고 대립각 세워
보수진영 대북 문제 외면 … 진보진영은 ‘관계 회복’ 주력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토론 때마다 ‘중국과의 거리두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추격자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협공에 나섰다. 중국과 대만의 무력충돌 때 우리나라의 입장에 대한 질문이 첫 토론회에서 쟁점이었다면 두 번째 토론회에서는 중국산 재생에너지 설비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이재명-김문수 대결은 ‘핵’과 연결됐다.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는 김 후보에 대해 이 후보의 반박이 제기됐다. 발전량 확보를 위한 ‘탈핵’과 ‘탈탈핵’ 대결에서는 김 후보에 이준석 후보가 힘을 더해주면서 이재명 후보 공략에 보조를 맞췄다.
마지막 토론인 정치 분야에서 외교안보 관련 대응 문제가 적극 제기될 수도 있지만 후보들의 공약들엔 기존의 정책과 다른 제안이나 시도가 거의 보이지 않아 역시 지엽적 토론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7월 9일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 전에 있는 외교일정은 다음달 15~16일 캐나다 앨버타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같은 달 22일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60주년, 24~26일 네덜란드에서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대선 직후부터 이어지는데도 ‘뚜렷한 방향성’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각 후보들이 중앙선관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뿐만 아니라 유세, 토론 과정에서 나온 각 후보의 외교안보 통상 전략을 보면 이재명 후보는 ‘실리’를 앞세웠고 김문수 후보는 ‘한미 동맹 강화’를 토대로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의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와 관련해 “한미동맹 중요하다. 한미일 안보 협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나라들 하고 원수 살 일 없지 않느냐”고 했다. 미국의 관세협상이나 외교 전략을 짜면서 ‘동맹’보다 ‘실리’를 먼저 따지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외교 영역 다변화 전략을 같이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국익과 실용의 기반 하에 주변 4국과의 외교관계를 발전시키겠다”며 “신아시아 전략 및 글로벌사우스 협력을 추진하고 EU와 유럽과의 실질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미중 의존도를 낮춰 위험을 분산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통상분야는 “외교적으로 경제증진을 위한 주요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G20, G7 등을 통해 글로벌 현안에 적극 참여하겠다”면서도 핵심소재·연료광물의 공급망 안정화, 수출시장·품목 다변화 등 무역구조 혁신을 산업경쟁력 확보와 전략적 통상정책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김문수 후보의 외교전략은 10대 공약에서 빠졌다. 다자외교나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의 관계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통상과 관련해서만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를 바탕으로 관세유예종료 전에 협상을 끝내겠다”고 했다. 또 통상교섭본부를 경제안보교섭본부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준석 후보 역시 외교 공약은 제시하지 않은 채 통상과 관련해 경제분야 TV토론에서 “상대가 거칠게 나올수록 냉정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한미 양국이 단순한 교역국이 아니라 안보와 전략을 공유하는 우방국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실용주의 중립노선을 복원하고 대미 수출비중을 줄이면서 유라시아 비중을 높이는 ‘전략적 분산’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실익을 앞세운 이재명 후보와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김문수 후보는 관세 폭탄과 연결된 미국의 방위분담금 재협상과 관련해 명확히 갈렸다. 이 후보는 단호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는 반면 김 후보는 전략 자산 상시 주둔 등을 위해서라면, 방위비 분담금도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보전략에서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이 기존에 취해왔던 전략을 되풀이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국방문민화와 군정보 기관 개혁, 군경력 호봉 인정 등이 들어갔고 한미 동맹 기반 하에 전시작전권 환수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 공격에 대비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고도화 계획도 내놨다.
김문수 후보는 한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 강화를 주축으로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등 나토식 핵공유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핵공격 보호조항’을 추가하는 등 ‘핵우산 전략’에 집중할 의지를 보였다. 군 개혁과 관련해서는 군 가산점제 부활과 여성 희망 복무제 도입을 제시했다.
이준석 후보는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다른 국가와 전략적 소통을 추진하고 안보 부총리실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통일부를 외교통일부에 통합하고 병사 중 장교와 부사관을 선발하는 간부확보방안을 내놨다. 권영국 후보는 30만 정예강국 달성과 한국형 모병제 도입, 평시 군사법원 폐지 등을 안보 공약으로 제시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한 공약은 이재명 후보와 권영국 후보 중심으로 제시됐다. 김문수 후보는 유세과정에서 “통일대통령이 되겠다”고만 했고 이준석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당선 직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회담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