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역전쟁 시대, 기술장벽을 뚫어야 시장이 열린다

2025-05-27 13:00:02 게재

“미국은 새로운 규제 도입도 많고 주(state)별로 다르게 운영되다 보니 정보를 일일이 찾아야 합니다.” “유럽연합(EU)의 에코디자인과 화학물질 규제는 수준이 너무 높아 개별 기업이 분석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수출기업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기업 대표들이 토로한 애로사항이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우리 기업들의 현실이자 구조적 고충이다. ‘제때 바느질 한 땀이 아홉 번의 수고를 던다’는 말처럼 기술규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하면 예고 없는 수출중단의 위기를 막을 수 있기에 정보는 무역장벽을 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기회가 된다.

맞춤형 정보 제공해 기업에 도움 줄 것

국가기술표준원은 트럼프정부 출범 후 더욱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응해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필수적인 정보제공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먼저, 기술규제 정보를 기업 중심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다. 현재도 해외기술규제대응 정보시스템(KnowTBT)을 통해 연간 5000건 이상의 신규 규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제도 내용을 요약한 수준이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대응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기업이 이해하기 쉽게 실용적인 정보 중심, 전략적인 대응 방안까지 제공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 냉장고를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중국-냉장고’ 관련 인증제도, 기술규제 및 라벨링 등 관련 정보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국가별 품목별 정보를 맵핑해 제공할 것이다. 올해는 25개국 45개 품목을 대상으로 확대 정비 중이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93%에 해당한다.

둘째, 정보획득 및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가장 기술규제 애로가 많은 EU는 현지 정부 및 관련 기관, 전문가들을 국내로 초청해 우리 기업들과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또한 기업의 정보 접근성이 낮은 인도,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연 1회 이상 정부 간 회의를 열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확보하고 애로를 전달할 예정이다. 국제무역기구(WTO) 미가입국으로 규제 통보의무가 없는 우즈베키스탄은 갑작스럽게 도입되는 규제가 많다. 이에 반기별로 기술규제 교류 회의를 정례화해 도입 예정인 규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기업에 제공하겠다.

셋째, 정보의 이해를 돕기 위한 현장 맞춤형 컨설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아무리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기업마다 이해도나 대응 역량은 상이하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해외인증 관련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에 컨설팅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며, 이를 위한 예산도 추경을 통해 대폭 보강했다. 정부는 맞춤형 정보제공을 위해 언제든 기업에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다.

기업의 글로벌 진출 뒷받침에 최선

오늘날의 무역환경은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전쟁터와 같다. 미국의 관세정책, 유럽의 환경규제, 각국의 인증제도 도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 진출에 있어 정보는 무역전쟁의 판세를 바꾸는 무기가 된다.

최근 유럽연합은 외부전원공급장치에 대한 에코디자인 규정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원안대로라면 일부 제품의 수출 중단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발 앞서 움직였다. 1년 전부터 규제 동향을 입수하여 전략적으로 대응했고, 그 결과 이행이 어려운 품목은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시험방법도 국제표준에 맞게 조정하는 데 성공했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창조하는 것”이라 말했다. 우리원은 앞으로도 단순히 규제에 순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선도하고 조율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하고 새로운 무역질서를 만들어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대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