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하는 국산 디지털의료기기
AI 내시경·눈 진단 기술로 생명 지킨다
웨이센·메디웨일 글로벌 진출 … "AI 기반 진단기술, 단순 보조 넘어 의료 예방 수준 높여"
지난해 국내 디지털의료제품법이 통과된 후 올 1월 2월을 거쳐 식약처에서 관련 시행법과 시행규칙을 만들었다. 그리고 5월 초에는 디지털의료기기 관련 가이드라인 1종을 제정하고 5종을 개정했다. 업계에서는 복잡한 디지털의료기기, 디지털융합의약품,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등 분류와 심사 및 발전 지원까지 포함된 진일보한 법체계가 갖춰졌다고 평가한다. 디지털의료기기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해서 더 나아가 디지털의료제품의 개발과 시장 수요 그리고 해외진출까지 민관이 협력해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본지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진단분야 디지털의료기기업체와 좌담회에서 업체의 디지털의료기기 개발 스토리와 차기 정부의 이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필요성과 요구 등을 들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의료기기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AI)기술 기반 ‘소화기 내시경은 국내외에서 그 진단력을 인정받고 있다. AI 눈 진단기술은 심혈관 질병 발병 가능성까지 짚어 내고 있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성장을 위한 지속적인 국가적 각종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지은 웨이센(Waycen) 이사는 22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본지와 좌담회에서 “성능이 입증된 디지털의료기기에 대한 지원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 지원을 넘어서는 정책이 추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태현 메디웨일(Mediwhale) 팀장은 “정부 지원과 더불어 회사 내부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회사가 영세하고 매출이 없다 보면 품질 관리와 문서화, 인력 교육, 인허가 대응 업무 등에 대해 등한시 할 수 있다. 경영진 관심이 중요하며 내실을 다져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AI 기술로 진단 수준 높여 = 웨이센과 메디웨일 두 기업은 우리나라 디지털의료기기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웨이센은 실시간 동영상 분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위·대장 내시경에 적용한 웨이메디 엔도(Waymed Endo)는 우리나라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웨이메디 엔도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에 선정돼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의학연구소(KMI) 전국센터, 강릉아산병원, 중앙보훈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대서울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에 공급돼 사용 중이다. 해외에는 베트남과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와 중동 지역 등 7개 국가에서 성공적으로 공급돼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메디웨일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망막 이미지를 분석하고 심혈관, 신장, 안과 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의 조기진단과 발병 위험도를 예측하는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의료AI 기업이다. 허가 제품에는 대표적으로 ‘닥터눈 CVD’가 있다. 망막 이미지를 통해 ‘미래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평가 및 예측하는 AI 소프트웨어다.
국내에서는 2023년부터 비급여로 의사 처방이 가능해 세계 최초로 해당 제품군에서 보험적용이 가능하며 현재 미국 FDA 허가 절차 중이다. EU, 영국,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8개 지역에서 AI 의료기기로서 정식 승인 및 등록되었고 5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웨이센 영상기술, 높은 예측력 선봬 = 연구 현장에서도 이들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은 확인됐다.
웨이센의 ‘웨이메드 엔도’의 경우 지난해 4월 ‘Seoul International Digestive Disease Symposium(SIDDS)에서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지현 김윤아 교수 연구팀은 “웨이메드 엔도를 활용한 결과, 인공지능으로 위암 의심부위와 침범 깊이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는 경우 위암 진단 및 치료 전력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밝혔다.
특히 조기위암 414사례를 무작위 선별해 10년 이상 경험을 가진 내시경전문의와 AI내시경의 조기위암 침범깊이 예측 성능을 비교한 결과, 내시경 전문의 예측값(AUC)는 0.7368이었고 AI소프트웨어의 예측값은 0.961로 나타났다. AI소프트웨어의 예측 성능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내시경 전문의는 조기위암의 침범 깊이를 과대 혹은 과소 평가하는 경우가 있지만 AI소프트웨어의 경우 변병의 특징이나 크기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성능을 보여줬다.
메디웨일의 ‘닥터눈 CVD’는 안저(망막) 사진을 활용한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관상동맥 석회화 수치를 예측해 심혈관 질환 위험을 가늠한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인공지능 신경망을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기술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로 측정한 기존 수치만큼 정확했다. 특히 중간 위험군에서 위험 예측력을 높였다. 값비싼 CT 없이도 막망 사진만으로도 심혈관 위험을 효율적으로 선별할 수 있어, 의료자원이 한정된 의료기관 등에서 활용 가치가 크다.
미허가제품인 ‘닥터눈 CKD’는 안저 사진을 딥러닝으로 분석해 정상 신장기능을 보이는 사람들의 만성콩팥질환(CKD) 발생 위험을 예측한다. 영국과 한국의 장기 추적에서 예측력을 높았다. 혈액검사 이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눈사진만으로 CKD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관련 연구들은 란셋지 등에 실렸다.
◆메디웨일, 눈 사진만으로 심장·신장 이상 예측 = 진단 현장에서 확인되는 디지털의료기기의 기능은 단순한 진단 보조 역할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웨이센 이사에 따르면 내시경 진단 의료기관의 현장을 보면 많은 진단 횟수와 이어지는 의사의 피로도는 진단의 정확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곤 한다. 의사의 평소 진단능력이 상황에 따라 떨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이때 AI내시경은 이것을 잡아 줄 수 있다.
내시경을 받고도 간과되는 경우가 전문의의 경우 20%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금이라도 진단율을 높여 주면 암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을 조기에 발견해 90% 완치되게 할수 있는 것이다.
이 이사는 “진단 의사가 하루에 수십건을 처리하다면 피로도가 엄청 쌓일 수 있다”며 “진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일하는 의사들에게 수준 높은 의료진 동료 한명이 함께 일한다는 안심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AI내시경의 장점을 말했다.
박 메디웨일 팀장에 따르면 메디웨일 대표는 눈 질환으로 고통을 받아 오다가 진료 의사 등과 뜻이 맞아 질병을 조기에 진단해 중증화를 막을 수 있는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메디웨일 현재 대표 디지털의료제품인 ‘닥터눈 CVD’는 심혈관 질환을, ‘닥터눈 CKD’는 만성콩팥질환을 예측한다. 예방적 기능이 강하다. 어느 40대 50대 정도 나이에 비만도 아니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 닥터눈 CVD로 검사했더니 리스크가 높다는 나온 경우가 있다. 그래서 담당 의사가 검사를 했더니 실제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팀장은 “예방적 이익을 주는 사례들”이라며 “AI기술로 간단한 안저 사진으로 심혈관질환 만성콩팥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진단보조 수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팀장은 “혁신의료기술 평가를 해 수가를 받을 때 상한에 제한돼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글로벌 진출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국내 우수 기술제품들이 우호적인 국가들에서는 패스트트랙으로 갈 수 있게 국가간 협력을 강화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