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국무회의’ 영상에 내란수사 새국면

2025-05-27 13:00:05 게재

경찰, 대통령실 CCTV서 진술과 다른 행적 포착 … 한덕수·최상목·이상민 소환 조사

윤석열·홍장원·김봉식 비화폰 통화기록 원격 삭제 정황 확인 … 서버 포렌식 진행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용산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와 비화폰(보안처리된 업무폰) 서버를 확보하면서 내란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대통령경호처 등의 비협조로 내란 혐의 관련자들의 ‘발뺌’을 반박할 결정적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잠시 정체됐던 수사가 다시 활기를 띨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수사 대상 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수단은 전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동시에 소환했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 밤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가 내란 혐의로 고발됐다. 특수단 등에 따르면 이들은 그동안 경찰 조사와 국회 청문회 등에서 내란 관련 혐의를 부인해 왔다. 하지만 특수단은 최근 확보한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 집무실 복도 CCTV △국무회의가 열렸던 대접견실 CCTV 등에서 이들의 기존 진술과 다른 행적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수단은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국수본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항이라 구체적 내용은 공개할 순 없지만 내란 동조 또는 묵인·방조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어 확인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선 내란 혐의 처벌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계엄 문건 전달받는 과정 등 조사 = 그동안에 이들에게 제기됐던 혐의는 내란 공모 또는 방임이다.

이상민 전 장관은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단전·단수 임무를 받은 것으로 의심받았다. 또 소방청에 이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당일 대통령실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그날 밤 11시 34분 소방청장에게 전화했다. 검찰은 특히 이 전 장관이 소방청장에게 ‘24시쯤 특정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 지시가 적힌 쪽지를 받은 적이 없고, 게엄을 만류하려고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 멀리서 얼핏 봤다는 것이다.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최상목 전 부총리는 당일 대통령실로부터 임무가 적힌 A4 용지를 받았지만 확인하지 않고 덮어뒀다고 주장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문서에는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과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그리고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의 내용이 적혔다.

최 전 부총리는 지난 2월 6일 국회에 출석해 “(다음날) 새벽 1시 50분쯤 계엄에 대한 문건이란 걸 알게 됐고, 차관보와 함께 ‘무시하기로 했으니 덮어놓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찰 조사 등에서도 이런 취지로 진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 마치고 경찰청 별관 나서는 한덕수 전 총리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세검정로 별관에서 내란 혐의 피의자 소환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국무회의 참석자 추가 조사도 검토 = 한덕수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몰랐고 대통령에게 듣기 전까지 계엄 관련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인신문 등에서 “대통령실에서 계엄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난 2월 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12월 4일 새벽) 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출근해서 계엄 선포문이 제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시인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측은 지난해 12월 26일 “국무회의에 대통령이 임석하기 직전 총리에게 계엄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 한 전 총리측은 “(한 전 총리는) 국무회의 때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에 대해 어떤 말도 들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이 확보한 영상은 계엄 선포 직전인 오후 6시부터 다음 날까지다. 경찰은 확보한 CCTV 영상에서 계엄 선포문, 실행 계획 등 문건을 수령하는 상황 등이 기존 진술과 다른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엄 선포를 만류했다’는 취지의 참석자들의 기존 진술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에 앞서 김 전 장관과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이들 3명 외에 당시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추가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당시 국무회의엔 한 전 총리 등 10명의 국무위원과 조태용 국정원장 등 11명이 참석했다.

◆윤 전 대통령 추가 수사로 이어질 수도 = 한편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비화폰 서버를 임의제출받은 특수단은 디지털포렌식(데이터 복원)을 통해 2일마다 자동삭제된 비화폰 서버기록을 대부분 복구했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올해 1 월22일까지 통화기록이다. 앞서 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 체포방해 혐의와 관련, 비화폰 등 19대를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의 휴대전화도 포함됐다.

경찰은 서버기록 분석 중에 윤 전 대통령, 홍 전 1차장, 김 전 청장의 비화폰이 원격삭제된 정황을 발견했다. 삭제시점은 비상계엄 3일 뒤인 12월 6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이 경질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시점이다.

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이 이미 진행 중인만큼 추가 혐의가 포착되면 압수수색영장 발부 등을 법원에 적극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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