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보택시 성장잠재력 확인
1분기 실적 개선 … 수요 늘고 지원 재개
차이신 “업체들, 규모확대·비용절감 나서”
중국 무인자율주행차(로보택시) 부문이 성장동력을 얻고 있다. 강력한 수요와 정책적 지원 등으로 포니AI와 위라이드 등 주요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개선되면서다. 여전히 이익보다 손실이 크지만, 전략적 적자사업으로 여겨지는 로보택시 부문의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26일 중국 금융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 ‘포니AI(Pony AI)’는 올해 1~3월 로보택시 사업에서 17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분기 대비 200% 상승했다. 매출내역은 승객 요금, 기술솔루션 판매 등인데, 요금 수입만 따지면 전년 동분기 대비 800% 올랐다.
‘위라이드(WeRide)’의 경우 1분기 매출은 22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9% 상승했다. 특히 로보택시와 로보스위퍼(자율주행 청소차) 등 제품판매 매출이 50%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엔진 대기업 바이두의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고(Apollo Go)’는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1분기 140만건 넘는 서비스를 제공해 전년 동분기 대비 75% 늘었다고 밝혔다.
차이신은 “자율주행 부문은 전략적 적자사업으로 여겨진다. 관련데이터 확보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중국 주요 로보택시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상당히 긍정적인 그림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중국 로보택시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고전했다. 정책적 지원에 과도한 의존, 낮은 수익성, 전통 택시업계와의 마찰 등이 원인이었다. 특히 지난해 여름 바이두의 아폴로고 서비스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택시운전사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택시업계는 바이두의 저가정책을 비난했고, 이를 의식한 각 지방정부는 로보택시 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주저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정책적 지원이 재개됐다. 우한과 베이징, 광저우를 포함한 주요 로보택시 시범지역들이 각종 법제화 작업을 통해 적극적 지원 규정을 수립하면서다.
택시업계와의 밥그릇 논란을 어느 정도 정리한 로보택시 업계는 이제 △덩치 키우기 △비용 줄이기 △수익성 강화로 초점을 집중하고 있다.
포니AI CEO 제임스 펑은 이달 20일 실적발표에서 “올해 주요 목표는 로보택시 대량생산을 달성하고 신형모델 ‘젠7’을 시장에 대거 투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젠7은 올 2분기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목표는 연말까지 1000대를 시장에 투입하는 것. 지난달 10일 기준 중국에서 영업중인 포니AI 로보택시는 약 270대다.
로보택시 기업들은 실적발표에서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펑 CEO는 “젠7 시스템은 이전 모델과 비교해 자재명세서(BOM) 기준 70% 비용감소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는 라이다와 컴퓨팅플랫폼 등 자율주행 시스템에 들어가는 부품의 총비용을 의미한다. 그는 “이는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 우리의 기술적 발전을 시사한다”고 자신했다.
바이두 RT6로보택시 대당 단가는 3만달러(약 4100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이 기업 CEO 리옌훙은 이달 21일 실적발표에서 “지구상 그 어떤 로보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자랑했다. 2021년 출시된 전 모델(RT5)의 경우 출고가가 6만6000달러였다. 그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확실한 경로를 찾았다. 하드웨어 비용과 인건비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운행대수를 늘리면서 효율성을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폴로고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1000대가 넘는 완전무인차를 운영중이다. 대표적 사업지인 우한에서만 지난해 8월 기준 400대가 넘는 아폴로고 무인차량이 손님을 실어나르고 있다.
위라이드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자율주행차 센서비용을 70% 넘게 줄였다. 이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제니퍼 리는 지난 21일 실적발표에서 “차세대 로보택시 비용은 거기에서 추가적으로 20~30%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현재 1200대 넘는 차량을 통해 공유서비스를 제공한다. 그중 약 500대가 로보택시다.
로보택시 사업 확장성은 전략적 파트너십에 달렸다. 업계에서 이를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모델로 부른다. 자동차제조사는 차량을 양산하고, 모빌리티 플랫폼은 사용자를 공급한다. 기술기업은 자율주행 기술과 운영 솔루션을 제공한다.
포니AI의 경우 제조사로 도요타, 국영기업 베이징자동차(BAIC), 광저우자동차(GAC)와 제휴했다. 또 지난달 텐센트와 제휴하겠다고 밝혔다. 로보택시 서비스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위챗플랫폼과 텐센트맵에 통합하는 내용이다.
위라이드 역시 이달 20일 텐센트와의 협력을 선언했다. 위라이드는 이와 함께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 해외 서비스 확대를 위해 이달 초 우버와 손잡았다. 양사는 향후 5년 전세계 15곳 이상의 주요 도시에 로보택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위라이드 투자기업 중 하나인 우버는 이를 위해 1억달러 이상 추가로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이는 현재까지 자율주행 관련 투자 중 최고 금액이다. 포니AI 로보택시 서비스와 운행차량도 올해 하반기 우버 플랫폼에 통합될 전망이다. 포니AI 역시 중동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위라이드 리 CFO는 “전통의 택시업계나 차량공유 서비스와 비교해 로보택시 부문은 50% 넘는 비용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많은 국가에서 운전사 부족상황이 심각하다. 이는 로보택시 확산에 비옥한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