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수출 공들이는 일본정부, 전투기·호위함 등으로 확대
이달 최대 규모 무기 전시회 열고 판매 확대 주력
영국 등과 차세대 전투기 개발 … 호주와도 협력
일본 정부가 자국의 방위산업 강화 등을 위해 무기수출을 적극 장려하고 나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 각국이 무기 조달 국가를 다변화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이를 자국 방위산업 강화로 연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일본 정부 방위성은 지난 23일까지 도쿄 인근 치바현에서 자국내 최대 무기전시회인 ‘DSEI Japan 2025’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직전 전시회인 2023년에 비해 두배 이상의 규모로 열렸다는 평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가 무기 판매 루트의 다변화를 통해 일본 방위산업을 육성하고, 방위력의 강화로 연결하기 위해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시회에는 미쓰비시중공업과 IHI 등 일본 기업이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으로 개발해 203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전투기 전용 부스도 마련됐다. 미쓰비시중공업의 부스에는 차기 전투기 개발과 관련된 무인기의 모델도 전시됐다.
일본의 주력 차세대 호위함 ‘모가미’도 전시회장 인근의 항구에 정박했다. 호주 등이 이 호위함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일부 국가도 이 호위함에 주목하고 있다.
NEC는 인도와 수출 협상이 진행중인 군함용 통신안테나 ‘유니콘’의 모형을 공개했다. 이 통신안테나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최신예 호위함 ‘모가미’에 탑재하고 있고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스텔스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 22일 전시회에 직접 참여해 연설했다. 이시바 총리는 연설에서 “선진적이고 성능이 높은 무기와 각종 장비를 만들어내는 방위산업은 방위력 그 자체”라며 “지역의 정세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각국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시회 관계자는 “무기 뿐만 아니라 각종 재해 상황을 파악하고 구조를 벌이는 자위대 활동 전반을 뒷받침하는 기술도 전시됐다”며 “해외의 방위 담당자와 기업 등이 찾아오면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무기 수출에 공을 들이는 데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개발 중인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동맹국을 포함해 해외에 수출할 때 성능을 떨어뜨리겠다고 말한 것이 자극이 됐다. 그동안 미국산 무기 수입에 의지했던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에 회의적인 시선이 확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첨단 소재와 부품산업에 강점을 갖고 있는 일본의 무기와 관련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시회에 참가한 호주 군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호주와 일본의 관심 영역은 겹친다”며 “공급망 우려에 따른 새로운 무기 거래 상대방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은 지금까지 무기 수출과 관련 엄격한 규제를 유지해왔다. 미사일과 같은 살상 무기 판매를 금지하고, 호위함이나 전투기 등의 수출도 사실상 어려웠다. 전쟁을 금지하고 군대의 유지를 부인하는 평화헌법 9조와 이에 따른 일본의 전수방위 원칙 에 따른 조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베 정권 이후 일본의 무기 수출 규제도 느슨해지면서 일본 정부는 2023~24년에 걸쳐 무기 수출 관련 규칙을 담은 ‘방위장비 이전과 관련한 3대 원칙’과 운용지침을 개정했다. 이번 전시회는 개정 이후 처음 열리는 행사다.
한편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과 일본 방위산업 기업의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기준 방산 기업 상위 100개 가운데, 일본은 미쓰비시중공업이 39위 수준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가와사키중공업(65위) △후지쓰(71위) △NEC(91위) △미쓰비시전기(96위) 등 모두 5개 기업이 100위 안에 들었다. 한국은 한화그룹(24위)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56위), LIG넥스원(76위), 현대로템(87위) 등 4곳이 포함됐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