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칼럼
6.3 대선, 그 이후 대한민국
6월 3일, 대선이 1주일 남았다. 탄핵된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2022년 3월 9일. 그가 당선자로서 사실상 대통령 업무를 시작한 것은 3월 20일 ‘청와대 이전’ 발표부터다. 탄핵일까지 총 1111일 동안 대한민국의 국정을 주도했다. 윤석열 시대 1111일의 업적은 무엇이 있을까 복기해 보았다.
딱히 업적이라 꼽을 만한 게 생각나지 않는다. 챗GPT에 물어보았다. “대통령 개인의 결단으로 추진되었고 국민이 공감할 만한 3대 업적은 무엇일까요?” 3가지를 제시했다. 청와대 이전, 국민과의 소통 강화, 그리고 청와대 개방이다. “이 결정은 대통령 개인의 강한 의지와 결단으로 추진되었으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권력의 상징적 공간을 국민에게 돌려주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과연 그럴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에 대한 정서적 차원의 국민감정을 조사했다(2024년 11월). 분노(6.8), 불안(6.7), 비관(6.6), 슬픔(6.0)이 10점 만점에 6점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긍정적 반응인 만족과 희망은 2.2와 2.1로 바닥이다. 한마디로 희망보다는 불안과 슬픔에 빠져 있었다. 행복함보다는 분노와 비관이었다.
정치의 으뜸과제는 국민 신뢰 되찾기
무엇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국민이 행복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까? 으뜸 과제는 무너진 신뢰회복이다. 특히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겪었다. 가슴 졸이며 탄핵을 기다렸다.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계엄세력의 총구에 불안하다. 새로 뽑히는 대통령은 이 같은 국민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국정화두는 신뢰의 기반인 국민통합이다. 좌와 우로 갈라놓은 ‘분열정치’와 ‘진영인사’만 배제해도 가능하다.
다음은 민생경제와 민주주의 회복이다. 민생경제 회복은 국민통합의 기반 위에서 추진해야 한다. 노동자와 사용자 등 경제주체를 모두 설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등 서민경제는 ‘비상경제 태스크포스’를 즉시 가동해야 할 정도로 시급하다. 더불어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국가 전략산업에 이르기까지 신속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수립과 집행이 중요하다. 국가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국내외 시장의 신뢰를 결정한다.
장기적이며 구조적인 국정과제는 ‘저출산 고령화와 양극화 해소’다. 2025년 한국 경제가 1.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2050년에는 한국인 1인당 GDP 증가폭이 최대 2.3배까지 차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KDI). 계층 간 양극화를 계속 방치하면 손을 쓸 수 없는 비상한 상황이 된다.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30년 후, 다음 세대의 삶이 결정된다. 구조적 문제에 대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선거공약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민주주의 회복은 개헌을 비롯한 법과 제도 개혁이 필수다. 특히 대통령을 비롯해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기획재정부 등 국가 권력기관과 사법부의 권한과 역할을 재정비하고 상호견제와 국민의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은 정치적 신뢰회복을 위한 필수 과제이다. 새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이미 언급한 네 가지 외에 한가지만 더하면 된다.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지켜내는 것이다.
새 정부가 성공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그 결과물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 실행의 방법과 과정이 정당해야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힘든 제도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때로 희생과 양보, 관용을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책임과 의무에 있어 대소(大小)와 경중(輕重)을 엄중히 따지지 않으면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의 기반을 지켜 낼 수 없다.
윤석열정부는 권력 최상층부에 있는 핵심 세력들이 보여줄 수 있는 부패와 타락상을 다 보여주었다. 특히 비상계엄과 탄핵의 과정을 거치면서 검찰과 사법부의 실상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따라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한 과제다.
국민과의 소통도 절대 필요하다.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혼자서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정치가 요구된다.
새 리더십과 국민참여에 성패 달려
한국은 지금 운명을 좌우할 대전환점에 서 있다. 우리는 정치혼란, 경제위기, 사회 분열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은 책임은 묻되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국민을 통합해 성장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어려운 일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
성공과 실패는 새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민의 참여에 달려 있다. 그 답은 앞으로 5년 아니 첫 1년에 나온다. 1111일, 윤석열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는 없다. 다만 이 시간을 참고 이겨낸 온 국민을 실패로 몰아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