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상장사 10곳 중 7곳 시가총액 감소

2025-05-28 13:00:10 게재

시총 반토막 난 기업 38.4% … 기업 가치 하락 심화

작년 영업손실 85% … 상장 10년 후에도 적자 80%

기술특례 상장사 10곳 중 7곳은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이 절반 이하로 반토막 난 곳은 38.4%로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등 기업 가치 하락이 심화됐다. 작년 영업실적에서 손실을 기록한 곳은 85%나 된다. 상장 후 10년이 지나도 적자 상태인 곳도 80%에 달했다.

◆전기·전자 업종 시총 감소 93.8% = 2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2005~2024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 248곳 중 상장 폐지된 3곳을 제외한 245곳을 대상으로 시총과 실적 등을 조사한 결과, 지난 15일 기준 시총이 상장일 당시보다 감소한 기업은 172곳(70.2%)으로 집계됐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우수한 기술력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기준을 낮춰주는 제도로 지난 2005년 도입됐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유망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무제표상 적자라도 상장 기회를 제공한다. 2005년 이후 이 제도를 통해 지난해까지 상장한 기업은 248개 기업이며, 현재까지 상장을 유지하는 곳은 245개사다.

이 중 제약 업종이 전체의 19.2%(47곳)로 비중이 가장 크다. △연구개발 19.2%(47곳) △SW·IT 17.1%(42곳) △의료기기 9.0%(22곳) △전기전자 6.5%(16곳) △반도체 6.1%(15곳) △기계·장비 5.7%(14곳) 순이다.

기술특례 상장사의 시총 총합은 15일 기준 76조6410억원에 수준이다. 이중 기술특례로 상장을 한 후 시총이 늘어나 기업 가치 제고에 성공한 업체는 73곳(29.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실적 부진으로 오히려 시총이 줄어들었다.

상장일 대비 시총이 반토막 난 기업은 94곳(38.4%)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업종의 시총 감소 기업 비율이 93.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반도체(93.3%), 서비스(83.3%), 기타 바이오(83.3%), 소프트웨어(SW)·IT(76.2%), 정밀기기(75.0%), 운송장비·부품(75.0%) 등의 순이었다.

반면 제도 도입 초기 큰 수혜를 본 제약(70.2%)과 의료기기(68.2%)는 시총 감소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기업별로 보면 기술특례 상장 이후 시총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바이오 의약품 개발사인 알테오젠이다. 2014년 12월 상장한 알테오젠의 시총은 상장일 당시 1200억원에서 이달 15일 기준 17조6485억원으로, 17조5000억원 가량(1만4612%) 늘었다. 이어 리가켐바이오(3608.3%), 파크시스템스(3050.4%), 펩트론(1969.9%), 레인보우로보틱스(1341.1%) 등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시총이 가장 크게 줄어든 업체는 리보핵산(RNA) 치료제 개발사 올리패스다. 올리패스의 시총은 상장 당시 3441억원에서 이달 15일 기준 90억원으로, 3351억원(-97.4%) 급감했다. 셀레스트라(-94.6%)와 에스씨엠생명과학(-93.3%), 유틸렉스(-92.0%), 프리시젼바이오(-91.7%), 네오이뮨텍(-91.2%), 지놈앤컴퍼니(-91.1%) 등도 감소했다.

◆실적 부진으로 시총 감소 = 기술특례로 재무제표상 적자라도 상장 기회를 받았던 이들 기업은 여전히 부진한 실적에 발목 잡혀 시총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술특례 상장사는 208곳으로 전체의 84.9%에 달했다. 특히 상장한 지 10년이 지난 기업 15곳 중에서는 알테오젠, 이수앱지스, 코렌텍 등 3곳을 제외한 12곳(80.0%)이 지난해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상장 기간과 상관없이 주요 기업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모습이다. 이중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는 지난해 950억원의 영업 적자로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시총 규모도 상장 당시 1조3263억원에서 15일 기준 5669억원으로 57.3% 쪼그라들었다.

◆좀비 상장사 상장폐지 주의보 = 한편 기술특례로 상장했다가 현재 상장 폐지된 기업은 단백질 소재 바이오 신약 개발사 셀리버리, 특수 목적용 기계 제조사 유네코, 항공기 부품 제조사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등 3곳이 있다.

2018년 ‘성장성 특례 상장 1호’로 상장한 셀리버리는 단백질 소재 바이오 신약 개발사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 힘입어 한때 시총이 3조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셀리버리는 신사업 투자 실패에 따른 재정 악화로 끝내 자본 잠식에 빠지며 올 3월 상장 폐지됐다.

특수 목적용 기계 제조사 유네코 또한 2018년 상장했지만 2021년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고, 이후 경영 악화 등으로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2023년 1월 상장 폐지됐다.

2017년 상장한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부품 제조사다. 2020년 3월 자본 잠식 등으로 인해 거래가 수년째 정지됐다가 감사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지난해 말 상장 폐지됐다.

시장에선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당초 목적과 달리 부실한 상장사를 양산하는 제도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매출 기준 등 상장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빵집을 인수하거나 부동산 투자,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본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업에 나서는 기업들도 잇따르는 실정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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