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모기 걱정 끝” 주민들이 나섰다
강남구 ‘서포터즈’ 70명 활약 중
첨단 기술 활용한 선제적 방역도
“모기가 너무 많아요. 1년에 7개월은 모기에 시달리는 것 같아요.” “장갑 끼고 한달에 한개씩 변기에 넣고 흘려보내세요.” “우리 집만 해서 되겠어요?” “아이들이나 강아지가 만지지 않도록 관리해주세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논현까치공원. 홍영애(66)씨와 박영희(62)씨가 ‘모기 구충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자녀와 손자·손녀 하교를 기다리던 주민들이 너도나도 손을 내민다. “옆집에도 전달해 줄 수 있겠냐”는 질문에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딸이 지금 집에 없는데 걔네도 필요하다”는 요청이 나오고 “세입자 세대에도 다 전달하겠다”는 약속도 한다.
28일 강남구에 따르면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한 주민들로 꾸려진 ‘모기 제로 서포터즈’가 출범 한달만에 톡톡히 역할을 해내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해충 증가에 대응해 주민 참여로 선제적인 방역을 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시도했는데 300세대 미만 공동주택이나 다세대·연립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특히 활약이 크다. 300세대 이상은 자체적으로 방역을 해야 한다.
강남구의 경우 해충 방역과 관련된 민원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783건이었는데 2023년에는 1893건, 지난해에는 1962건이 접수됐다. 무엇보다 기후 변화로 인해 모기가 출현하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길어짐에 따라 방역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구는 보다 촘촘한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주민들 힘을 빌리기로 했다.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한 ‘모기 제로 서포터즈’가 핵심이다. 지역 실정에 밝은 주민 70명이 자처하고 나섰다. 논현동 20명을 비롯해 대치동 14명, 역삼동 8명, 세곡동 5명 등이다. 지난달 18일 청담평생학습관에서 발대식을 갖고 전문 방역교육까지 마쳤다.
주민들은 서포터즈임을 알리는 조끼와 모자를 착용하고 매달 두차례 동네를 누빈다. 도로변 빗물받이를 비롯해 물이 고인 화분이나 쓰레기통 등 모기 유충이 서식할 만한 곳에 구제제를 투입하고 주민들이 모인 곳에서 홍보활동을 한다. 필요한 경우 각 가정을 방문해 유충 구제제를 전달한다. 구 관계자는 “새마을방역단과 방역기동대가 활동하고 있지만 가가호호 방문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민관 협업으로 유충부터 제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네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이 이웃에 접근하는 만큼 효과가 크다. 40년 넘게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는 홍씨는 “논현동은 저지대라 언덕 위쪽에서 내려온 물이 고여 모기가 많은 것 같다”며 “오후에 주로 활동하지만 저녁에도 동네를 돌다가 불 켜진 집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35년째 논현동에 거주 중인 박씨는 “집 주인인 경우 엄청 고마워 한다”며 “호응이 좋아 힘이 난다”고 전했다.
주민들과 함께 새마을방역단과 방역기동반은 공원과 하천 등을 정기방역하고 취약지역과 민원 다발지역 방역을 맡는다. 동시에 차량이나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원과 등산로 등에는 드론을 띄운다. 해충 유인 살충기 810대, 해충기피제 자동분사기 24대 등 기술의 힘도 빌리고 있다.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77개 단지를 대상으로는 ‘찾아가는 모기퇴치 컨설팅’을 실시하고 방역 민원을 전담하는 콜센터도 운영 중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유충 한 마리를 없애는 것이 성충 500마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며 “효율적인 방역 활동을 통해 해충으로 인한 감염병을 예방하고 쾌적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