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에 소비지출 더 감소

2025-05-28 13:00:43 게재

5월 초 카드사용 12.7% 줄어

온라인 지출, 가맹점 매출도↓

해외카드 이용금액 18% 급증

긴 연휴가 국내소비를 더 위축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연휴가 길어지면 집 밖으로 나가 음식 및 숙박 등 소비가 활성화되기보다 오히려 집 안에 머물면서 평상시보다 지갑을 더 안열었다는 분석이다. 해외여행을 통한 국외소비가 커진 것과는 대비된다.

이형일 통계청장이 24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청운관에서 ‘저출산, 반등?’을 주제로 개최된 ‘2025 한국인구학회 전기학술대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통계청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9일까지 국내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월 말에 비해서도 18.4% 감소했다. 이 기간은 주말과 어린이날, 대체공휴일 등으로 최소 4일에서 길게는 1주일 동안 연휴가 지속돼 소비 진작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신용카드 사용금액만 보면 거꾸로 간 셈이다.

비슷한 지표는 또 있다. 같은 기간 온라인에서 지출한 금액은 1년 전보다 5.1%, 직전 주간보다 18.9% 줄었다. 이 기간 동안 각종 가맹점 카드 매출액도 전년 대비 13.4%, 직전 주간보다 22.7% 감소했다.

국내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해외 카드 사용은 급증했다. 신한카드가 19일 공개한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개인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해외 오프라인 이용 금액은 전년 동기보다 17.5%나 급증했다. 이용 건수(20.1%)와 이용 회원 수(13.7%)도 크게 늘었다.

연휴의 소비진작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거나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지표가 나오면서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4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낮추면서 “소비심리 위축으로 숙박과 음식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공식 집계하는 한국은행도 29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대 후반까지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달 초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연휴에 소비가 얼마나 늘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는데 각종 소비 관련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온 것이다.

이에 앞서 한은이 4월 말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GDP 성장률(속보치)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오락 문화와 서비스 소비 부진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0.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종의 실질GDP는 전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서는 2.6%나 줄었다.

다만 그동안 소비심리를 짓눌러 왔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일부 해소될 조짐을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은이 27일 발표한 이번달 소비자심리지수(101.8)는 비상계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편 민간소비와 기업의 투자부진이 길어지면서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 활성화를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한은이 2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에서 2.50%로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을 낮추면 소비와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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