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감사품질 하락시킬 감사보수 덤핑
최근 주기적 지정으로 3년간 지정 감사를 받았던 대형 상장기업들이 자유수임으로 전환되자 대형회계법인들간 외부감사 수임 경쟁이 격화되면서 감사보수를 덤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9년 회계개혁으로 도입된 주기적 지정제, 표준감사시간, 내부회계관리제도 등 감사 3대 제도 모두 기업들의 반발로 약화되고 있다. 표준감사시간은 자율규정으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무력화되었으며 자산규모 2조원 미만 기업의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는 2029년까지 연기되었으며 주기적 지정제도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대해서 3년간 유예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감사품질 하락, 자본시장 발전 전해로 이어져
일반적인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회계감사는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기 어렵다. 회사가 감사보수를 지불하지만 그 혜택은 회계정보를 활용하는 주주나 채권자에게 돌아가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가 아니라 감사보고서를 사용하는 주주나 채권자가 비용을 지불하면 시장기능이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의 회계정보 활용에 제약이 커지므로 자본시장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신뢰성 높은 회계정보를 무상으로 제공하기 위해 회계정보 감사와 공시를 의무화했다. 이런 환경에서 경영자는 고품질의 회계감사는 불필요한 규제로 인식하고 가급적 감사보수가 저렴한 감사인을 선임할 유인이 있다. 특히 경영자가 지배주주인 경우 자본시장의 지지가 없어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고품질의 회계감사에 대한 요구는 더 낮다.
반면 회계법인도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민간기업이다. 감사보수가 낮아지면 회계감사 투입시간이 줄어들고 비숙련 회계사들을 많이 투입하거나 컨설팅과 같은 비감사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손실을 만회하고자 한다. 특히 외부감사인이 컨설팅과 회계감사를 동시에 제공하게 되면 독립성이 훼손되어 기업의 부당한 요구도 거절하기 어렵다. 결국 감사보수 덤핑은 감사품질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감사품질 하락은 회계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훼손해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한다.
감사품질 유지를 위해 공시 및 감리 확대 필요
공공재인 회계감사의 품질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감독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다만 감사보수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외부감사와 관련된 공시를 확대하여 자본시장의 자정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전년 대비 감사보수가 변동하는 경우 그 사유를 공시하도록 하여 자본시장에서 감사보수가 합리적으로 결정되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감사보고서에 표준감사시간과 실제감사시간을 함께 공시하고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 사유를 공시하도록 하여 외부감사인이 회계감사를 충실히 수행했는지 밝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외부감사인을 교체하는 경우에도 구체적으로 교체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만약 공시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자정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과도하게 감사보수를 할인하거나 충분한 감사시간을 투입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는 감독당국이 재무제표 및 감사인에 대한 심사와 감리를 확대하여 감사품질을 감독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회계법인들은 외부감사인으로서 자신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회계법인은 자본시장의 파수꾼으로 높은 전문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 만약 회계법인이 감사보수를 과다하게 할인하고 제대로 감사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감사품질이 낮아진다면 이는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는 것이다. 회계법인이 자본시장 발전에 필요한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