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분쟁조정 결정에 ‘구속력 부여’…이재명 후보 공약으로

2025-05-29 13:00:27 게재

분쟁해결 실효성 확보 가능, 당국 권한 커져

기업·비영리 회계총괄 ‘회계기본법’도 추진

김문수 후보 “피해구제 시스템 대폭 강화”

“불공정거래, 회계부정 징벌적 과징금 부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발표한 공약집을 통해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결정에 금융회사들이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결과에 따라 소액 금융분쟁 사건의 경우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구제가 빨라질 수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통해 분쟁조정을 하고 있다. 분조위 조정은 금융위원회 설치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분조위 제시 조정안을 신청인(금융소비자)과 금융회사가 모두 수용하면 조정안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 민사소송법상 재판상 화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금융회사가 조정안을 수락하고도 배상을 하지 않으면 피해 당사자는 법원에서 집행문을 받아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라도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다. 편면적 구속력은 분조위 조정을 금융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기관이 반드시 조정안을 수락하도록 하는 일방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2020년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 이 부실 사모펀드 사태 해결을 위해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편면적 구속력을 추진할 경우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 후보는 공약집에서 편면적 구속력을 적용범위를 소액분쟁조정에 한정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도입한 영국과 호주, 독일, 일본 등도 일정 금액 이하에 대해서만 이를 적용하고 있다.

영국은 금융감독청(FCA) 산하에 금융분쟁조정기구인 금융옴부즈만서비스(FOS)를 두고 있다. FOS가 제시하는 조정안을 민원인이 받아들이면 금융회사도 조정안을 수용해야 한다. 영국은 당초 분쟁금액이 10만파운드(한화 1억8000여만원) 이하 사건에 대해서만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했지만 35만5000파운드(6억5000만원) 이하 사건까지 금액을 늘렸다. 호주도 50만호주달러(한화 4억4000만원) 이하 사건까지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했다. 독일은 1만유로(1500만원)를 상한으로 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당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을 위한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시행령에 명시된 소액분쟁 금액은 2000만원 이하다.

금융회사에 금융당국 조정안을 강제할 경우 위헌(재판청구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조정 금액에 한도를 둘 필요는 있다. 일각에서는 금액 한도를 소액 민사소송 3000만원 이하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결정에 실효성이 확보되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가 크지만, 권한이 커지는 만큼 외압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독립성을 강화하고 권한 행사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이와함께 감독범위 확대, 검사기능 부여 등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기능·독립성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도 공약집에 포함됐다

현재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검사 기능이 없다. 현장 조사를 나갈 수는 있지만 검사권이 없는 만큼 정확한 실태파악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각 업권을 담당하는 금감원 검사부서(은행검사국, 보험검사국, 금융투자검사국 등)에서 불완전판매 등을 검사한 후 결과를 공유하는 상황이다. 검사권이 부여되면 소비자피해구제 속도가 빨라질 수 있고 금융회사들의 소비자보호노력도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금융소비자 피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공약집을 통해 “신속한 소비자 보호 및 피해구제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등 6개 법률에 산재한 공정거래 관련 분쟁조정제도를 통합·일원화하고 피해기업의 손해배상 소송 지원 강화, 제조물 결함 사고에 대한 소비자 보호 강화, 상조시장 소비자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도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금융제도 선진화의 일환으로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회계제도 정비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기업회계·비영리회계를 총괄하는 ‘회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해 한국회계학회에 회계기본법 제정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내달말쯤 연구결과를 토대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문수 후보는 불공정거래, 회계부정 등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해 불법거래를 엄벌하고 주식시장 참여제한, 시장감시 및 불법전문수사 강화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도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해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행위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금융회사 직원의 직무관련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등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공약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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