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소비자 피해 책임’ 놓고 공방
홈플러스-신영증권, 맞고소 … 전단채 불완전판매 의혹도 상대방에 책임 떠넘기기
홈플러스가 금정호 신영증권 대표를 고소했다.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둔 신영증권이 홈플러스와 지주사인 MBK파트너스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8일 신용훼손 및 명예훼손 혐의로 신영증권 경영진을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신용훼손죄는 허위 사실 유포 또는 위계에 의해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때 성립한다.
신영증권은 지난 2022년 8월부터 홈플러스 기업어음(CP)과 ABSTB(전단채) 발행을 주관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 당시 금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 대표는 당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고 무조건 (전단채)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등급이 떨어졌다고 자금 조달을 못해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법적 대응은 지난달 초 신영증권이 하나증권 등과 함께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데 대한 반격 성격이 짙다. 사건을 맡은 검찰은 홈플러스와 MBK를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들을 출국 금지 조치하는 등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홈플러스와 MBK는 사기 혐의를 부인하면서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의혹이 짙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2022년 8월부터 홈플러스의 CP와 전단채, ABSTB 발행 주관을 맡으며 재무 상태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등급 하향 가능성 인지하고도 판매” = 홈플러스는 고소장에서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이 적자였던 기간 동안 장기간에 걸쳐 거래해왔기 때문에 재무 및 신용상태에 대해서 어떤 금융기관보다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홈플러스가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과 단순히 채무를 면제받기 위해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명확히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신영증권은 증권사들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 사장이 홈플러스가 마치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알았거나 예상하고도 고의로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처럼 허위 진술을 했다”며 “홈플러스의 명예를 훼손하고, 변제 자력과 변제 의사에 관한 신용을 훼손해 회생 절차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 사장이 홈플러스측에서 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고 들은 것이 27일 오후 6시 이후라고 증언했지만, 증권사들은 그 다음 날인 28일에도 ABSTB를 판매했다”며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제기했다.
홈플러스는 또 “카드매출대금채권을 유동화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 ABSTB의 판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고 판매 규모, 내역 등을 사전에 공유 받은 바도 없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의 조사 및 향후 검찰 수사 등을 통하여, 이 점에 대하여 명확히 조사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앞서 지난 21일 입장문을 통해서도 “신영증권의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없었는지 규명돼야 한다”며 “당사와 주주사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예견하지 못했으며, 회생절차 또한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며 신영증권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ABSTB는 신영증권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 카드사들로부터 홈플러스의 상품거래 카드 채권을 실질적으로 인수한 후, 투자자에게 발행한 금융투자상품”이라며 “SPC의 카드대금 지급채권 참가 거래, ABSTB 발행 거래와 인수인의 재판매 거래 등에 당사는 전혀 관여할 수도 없었고, 실제로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 =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신영증권의 CP·전단채 누적 거래 규모는 5000억원, ABSTB는 2조7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ABSTB를 법인과 저축은행, 증권사, 운용사 등에 팔았고 이들은 일부 물량을 개인에게도 판매했다. 신영증권을 비롯한 판매사는 이 과정에서 6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홈플러스 ABSTB 미상환 잔액은 4618억원이다. 이 가운데 개인 익스포저는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등급 하락이 최초 통보된 2월 25일 발행 물량(820억원) 중 신영증권은 170억원을 2월 말까지 개인·법인에 판매했다.
홈플러스와 MBK는 신영증권이 회생에 이르게 된 배경을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신영증권이 증권사들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홈플러스에 전가할 목적으로 국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입장이다.
◆“재무 관련 정보부터 허위였다” = 이에 대해 신영증권 관계자는 “아직 고소장을 받지 못해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홈플러스측에서 불완전판매 의혹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신용등급 하락 인지 직후, 투자를 희망하는 투자자들에 해당 사실을 고지해 투자판단을 하도록 했다”면서 “등급 하향 직후 홈플러스로부터 회생신청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이런 급작스런 신청의 이유를 물었으나 홈플러스 관계자는 본인도 몰랐다는 답변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신영증권측은 홈플러스가 재무 관련 정보를 속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ABSTB 발행 이전 홈플러스로부터 재무 관련 정보를 받아야한다”면서 “그러나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그룹에 대한 부동산담보대출 조기상환 특약 관련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난 4월 홈플러스에 대한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28일 브리핑에서 “그동안은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의 사기적 부정거래 문제에 자원을 집중했다”면서 “아직 신영증권 불완전판매 문제에 즉시 검사에 착수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