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 재건위’ 고 진두현·박석주씨 재심 무죄 확정

2025-05-29 13:02:53 게재

서울고법, 작년 재심서 수사 과정 가혹행위 인정 . . .대법, 49년 만에 확정

박정희 정권 당시 ‘통일혁명당 재건 사건’에 연루돼 각각 사형과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고 진두현씨와 고 박석주씨의 재심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29일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진씨와 박씨의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통혁당 사건은 1968년 8월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대규모 간첩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주범 김종태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남한에서 반정부·반국가단체 활동을 했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4년 11월 보안사령부가 민주수호동지회에서 활동하던 진씨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통혁당을 재건하려 했다고 발표한 공안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17명(민간인 15명·군인 2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중 진씨를 포함해 박기래·김태열·강을성씨 등 4명은 사형을 선고받았고, 박석주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 중 김씨와 강씨는 실제 사형이 집행됐다. 진씨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16년간 옥살이를 하다 1990년 출소했고 2014년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1984년 복역하던 중 숨졌다.

진씨와 박씨 유족은 2017년 10월 이들이 보안사 수사관들로부터 불법 구금, 가혹행위 등을 당해 허위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취지로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6년의 시간이 흐른 2023년 7월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진씨와 박씨는 사망했지만 법원은 지난해 10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약 50년 전 판결에 대해서 재심 사유가 있어서 지난해 7월 개시하게 됐다”며 “불법 체포, 구금돼서 가혹한 수사가 이뤄졌단 것이 재심 개시 결정 사유”라고 설명했다.

재심의 주된 쟁점은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과거 자백진술이 동의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뤄졌는지가 됐다.

재판부는 “실체적 진실을 엄격한 증명으로 밝힐 때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여야 한다”며 “(과거 자백 진술은) 보안사에 의해서 불법 체포 구금돼서 가혹행위를 당해 임의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정황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진술이나 압수물 역시 불법 수사로 인한 것이고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에 따라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설령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돼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재심 청구인들이 제시한 객관적 증거와 배치돼 신빙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재판 끝에 “반세기, 반백년이 흘렀지만 그 가족들은 그때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이 판결이 피고인들과 유족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이들의 무죄를 확정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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