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마포소각장 갈등

2025-05-30 13:00:04 게재

마포구 “발전기금 돌려줄테니 옮겨라”

서울시 “쓰레기 감량실적, 평균 이하”

서울시와 마포구의 소각장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금지 시한이 내년으로 다가온 가운데 갈등을 풀 해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서울시는 최근 논란이 된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협의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시에 따르면 해당 시설은 2005년 준공된 시 소유 시설이다. 마포구 외에 종로 용산 서대문 중구 4개 자치구가 1일 585톤 생활폐기물을 공동 처리하는 광역시설로서 2001년 착공 당시부터 공동 이용을 목적으로 건립됐다.

시는 폐기물관리법 규정에 따라 마포 시설 폐기물 처리사업에 대한 조정 권한이 있고 마포구가 이에 협조하지 않고 타 자치구 쓰레기 반입을 저지할 경우 나머지 4개 자치구는 연간 약 189억원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4개 자치구는 마포 시설을 이용하면서 초기 42억~67억원을 마포구에 일시금으로 납부했고 매년 시설 반입수수료의 20%를 마포구 발전기금으로 납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시가 최근 시설사용 연장계약을 하면서 마포구를 배제 시켰다는데 있다. 마포구는 “시설이 마포구에 있는데 우리를 빼고 나머지 구들과 계약을 맺는건 주인 빼고 세입자들끼리 전세계약서에 서명한 것과 같다”며 “변경협약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마포구는 시설 이용 대가이고 200억원 발전기금을 납부했다는 서울시 주장과 관련해서도 “발전기금 전액을 돌려줄테니 소각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며 맞섰다.

지난 5일 박강수 마포구청장과 주민 대표들이 서울시의 마포 추가 소각장 건립 계획에 반대하는 3만8000여명의 주민서명부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는 마포구를 배제한 것이 아니고 구가 당초 약속을 어기고 협의를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수차례 공문과 직접 방문 등 협의 진행을 위한 절차를 이행했지만 일방적 면담 거부, 회의 불참 등 스스로 논의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시는 감량과 재활용만으로 소각시설 대체가 가능하다는 마포구 주장도 일축했다. 시는 이날 배포한 자료를 통해 “마포구 실제 폐기물 감축 및 재활용 실적이 서울시 평균보다 저조하다”며 “서울시 2024년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전년에 비해 평균 1.7% 감소했지만 마포구는 8.5%가 증가했고 재활용률도 서울시 평균은 4.1% 늘었지만 마포구는 되레 3.6% 감소했다”고 꼬집었다.

양측이 또다시 진흙탕 싸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설사용 연장 계약은 31일까지이며 이때까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법정 다툼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마포구는 이미 신규 소각장 건립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쓰레기 직매립 금지, 1년도 안 남아 = 시 안팎에선 양측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소각장 건립 문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법에 따라 2026년부터는 수도권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 소각장을 확보하지 않으면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 지자체들이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된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서둘러 법 개정에 나설 수 있지만 이 또한 수차례 직매립 금지를 연장한터라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진단이다. 공공갈등 분야 관계자는 “소각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특정 지자체에만 희생을 강요하기 어렵고 주민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선출직 단체장 입장이 고려돼야 한다”며 “광역단체인 서울시가 갈등 확산이 아닌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일본 도쿄에는 23개 행정구가 있는데 소각장이 20개”라며 “전향적 해법을 찾지 못하면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모두 법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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