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자본시장 정책 추진할 정부 컨트롤타워 필요”
저배당 구조 탈피 … 장기투자 활성화 위한 세제 혜택 마련해야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 활성화 위한 금투업계 실무진 간담회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투자업계 의견을 일괄적으로 수렴해 정책을 만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저배당 구조를 탈피하고 장기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세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배당성향을 늘리기 위한 배당 소득 분리과세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 한도 확대 등에 대한 요구가 잇따랐다.
◆코스피 5000 시대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금융·자본시장위원회 위원장과 오기형 코스피5000시대위원회 위원장은 29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실무자들과 함께 코스피 5000시대를 열 수 있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현장 정책 경청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병욱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가장 많이 언급하는 후보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거버넌스 개선 등 코스피 5000시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며 “이를 더 구체화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오기형 위원장은 “주변에서 코스피 5000이 실현 가능하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한국증시가 자꾸 주저앉았던 이유는 지배구조 문제로 정상적 자본시장이 아니어서 저평가됐는데 이를 개선하면 코스피는 상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영수 브이아이피자산운용 부사장은 “코스피 상승을 위한 의견을 제시하려고 해도 기획재정부, 금융위, 법무부, 노동부 등 부처별 업무가 달라 어디에 가서 어떤 내용을 얘기해야 할지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갖고 지휘하는 자본시장 컨트롤타워가 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자본시장 관련 현안은 기획재정부(세수), 금융위원회(자본시장법), 고용노동부(퇴직연금), 법무부(상법 개정 및 거버넌스 개선) 등으로 부처 칸막이가 촘촘해 의견 수렴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배당 소득 분리과세 = 이날 증권가 실무자들이 제일 많이 언급한 이슈는 배당 소득 분리 과세(배당소득을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였다.
박영훈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펀드 팀장은 “젊은 세대는 미래 소득을 주식 배당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하지만 높은 배당 세율이 이런 의지를 꺾고 대주주들 또한 높은 배당을 꺼리고 있어 해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영수 브이아이피자산운용 부사장은 “우리 시장의 위기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돈의 순환이 안 되는 것”이라며 “기업이 정규직을 줄이면서 미래가 불확실한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지 못하면서 투자도 감소하는 가운데 내수진작을 위해 금리를 낮추니 부동산시장으로만 돈이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부사장은 “배당 소득이 늘고 주가차익이 올라가면 돈이 돌면서 세대·계급 갈등을 해소하고 소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배당금이 시장에 돌게 만들려면 ‘혈’을 뚫는 조치, 배당소득의 분리과세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ISA 납입 한도 확대 = 정부가 국내 주식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주환 NH투자증권 대리는 “한국 주식은 저배당 성향, 세금 문제, 불확실성 등이 겹쳐 장기 보유 자산으로 자리 잡기에는 존재감이 아직 약하다”며 “ISA의 납입 한도를 늘리고 3년 이상 국내 주식을 보유했을 때 등 조건에 세제 혜택을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안했다.
양승후 하나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본부장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도 장려해야 하는데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때 세제 혜택은 과거 10~20년 전과 비교해 별다른 것이 없다”며 “장기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유효성 있게 시행하고 우리 증시를 ‘레벨업’ 시키려면 과감한 세제 혜택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성에 맡긴 밸류업 한계 = 윤석열 정부에서 실시한 기업 가치제고(밸류업) 정책에 대해서는 추진은 좋았지만 일관적인 진행이 되지 않고 자율성에만 맡겨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웅배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과장은 “밸류업지수의 경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량하지 않은데 단기 시가총액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지수에 포함하는 등 문제가 있었 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과장은 “자본시장과 투자자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우량기업을 구분해 나누는 방법 등 올바른 지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영수 부사장은 정량적 평가에만 머물렀던 벨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밸류업프로그램의 진행상황에 대해 시장의 평가를 받고 기업들을 더 압박해야 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자율성에만 맡기고 몇 개사가 공시를 했는지에 대한 내용만 알리는 등 소극적 행동은 문제”라고 평가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실무자들의 의견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하며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욱 위원장은 “무위험 은행이자 수익 2000만원을 내는 것과 위험을 끌어안고 주식에 투자해 수익 2000만원을 내는 건 다르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감세 정책은 재정 여건과 직결되는 만큼, 시행 시기는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