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기술업체도 예산삭감 칼날
기술 납품업체 계약 전면 재검토 … CDW·델 등 10개 테크기업에 원가 제출 요구
지난 31일자(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액센추어와 딜로이트 등 컨설팅업체를 중심으로 계약을 점검해 왔으나, 이제는 연방기관에 클라우드, 보안, 전용 소프트웨어 구성 등과 같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복합 IT 서비스를 제공해 온 기술기업들의 계약까지 점검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총무청(GSA)은 29일 델과 미국의 대형 IT 유통·서비스 기업인 CDW 등 10개 기술 공급업체에 서한을 보내, 자사 서비스의 정당성을 소명하고 삭감 가능한 항목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기업은 ‘부가가치 재판매업체(Value-Added Resellers)’로 분류되며, 여러 기술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정부에 공급해 왔다.
총무청은 서한에서 “미국 정부는 매년 820억달러를 IT 제품 및 서비스에 지출하고 있으나, 복잡한 조달 구조 탓에 과도한 마진이 발생해 납세자 부담이 커졌다”며 “이 같은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서한은 총무청 산하 연방조달국을 총괄하는 조시 그루엔바움 국장이 보낸 것으로, 그는 연방 계약 전반에 대한 검토를 지휘하고 있다. 관련 기업들은 6월 11일까지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계약 재검토 조치는 연방 정부에 제품과 서비스를 납품해온 기업들에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이미 감원에 들어갔다. 미국 국방 컨설팅 대표기업 부즈앨런해밀턴은 지난주 “정부의 지출 규제에 대응해 25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일론 머스크가 최근 정부효율부(DOGE)에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는 낭비를 줄이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조치들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총무청은 올 1월 이후 60개 기관에서 총 1만1297건의 계약을 해지해 약 330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했다. 해지된 계약에는 재무부의 프로젝트 관리 업무부터 교육부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된 IT 서비스까지 포함됐다.
총무청은 최근 수주에 걸쳐 부즈앨런해밀턴, 딜로이트, 가이드하우스 등과 협의하며 일부 컨설팅 계약을 축소하거나 단가를 재조정해 왔다. 지금까지 해지된 컨설팅 계약은 총 2809건에 달한다. 일부 업체들과의 조정 회의는 향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정부 부처 간 구매 체계를 단순화하고 통합하려는 ‘원거브(OneGov)’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실제 성과를 기준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의 계약 구조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총무청은 초기 단계에서 컨설팅 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성과 기반 계약을 추진한 바 있다.
특히 중간 유통업체를 줄이고, 가능한 한 제품을 직접 제조사로부터 구매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중순, 정부가 기성품(off-the-shelf)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총무청은 기술기업들에 보낸 서한에서 이 같은 방향성을 재확인하며, 각 업체에 제품별 원가 및 마진 내역을 상세히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그루엔바움 국장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업무를 외주에 맡길 필요는 없다”며 “매번 맞춤형 특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방정부의 업무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명확히 ‘그렇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