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변수 떠오른 구타유발‘입’… 민심은 누굴 심판할까
계엄·탄핵 반성 없는 윤석열 “김문수에 힘 몰아 달라”
유시민 ‘설난영 발언’, 이준석 ‘여성 신체 표현’도 논란
“세 사람 발언 골고루 마이너스 효과, 판세는 못 바꿔”
6.3 대선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주요 후보와 주변 인사의 ‘입’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 막판에 “판세를 뒤흔들 변수는 없다”는 관측이 유력했지만 ‘돌출 메시지’가 잇따르면서 중도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돌출 메시지’는 자폭 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구타유발‘입’”이란 내부 비판이 쏟아진다. 하루 뒤인 3일, 민심이 어느 ‘입’을 심판할 지 주목된다.
대선 막바지에 잇따른 구타유발‘입’의 대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장식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에서 대독 메시지를 통해 “이 나라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고 이 나라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오는 6월 3일 반드시 투표장에 가서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몰아주기를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김 후보측은 ‘계엄’ ‘탄핵’ 낙인을 벗어나기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안간힘 쓰는데 윤 전 대통령은 거꾸로 김 후보측에 자꾸 다가서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다. 김 후보는 1일 “윤 전 대통령께서는 이미 우리 당도 아니고 탈당했다”며 “제가 논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시기를 바란다”며 강하게 단절 의지를 밝혔다. 김 후보측 단절 의지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 메시지는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김 후보 진영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인사는 1일 “윤 전 대통령이 사리분별이 안 되는 상황인 것 같다. 자신이 지지해주면 김 후보에게 득이 된다고 계산하는 거 같은데, 절대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이 자꾸 나타나면 ‘계엄’과 ‘탄핵’을 환기시키면서 중도층을 완전히 등 돌리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 민주당 성향의 유시민 작가 발언도 며칠째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유 작가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방송에 나와 김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를 향해 “원래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온 것이다. 유력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설난영씨의 인생에선 갈 수 없는 자리”라며 “이래서 이 사람이 발이 공중에 떠 있다.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부적절한 표현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유 작가는 “표현이 거칠었던 것은 제 잘못”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김 후보와 국민의힘은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김 후보는 1일 “2년 반 감옥살이 할 때 고무신 거꾸로 안 신고 저와 제 아이를 지켜준, 제가 무능해서 우리 집 가장이 돼 살림 꾸린 제 아내가 잘못됐나”라며 “선거 운동하는데 아내가 고등학교밖에 안 나왔으니 갈아치워야 하나”라며 유 작가를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메시지는 후보 본인이 했다는 점에서 여진이 오래가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와 관련해 폭력적 표현을 인용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은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악의적으로 공표했다”며 이준석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개혁신당은 지난달 31일 “이준석 후보가 토론회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 장남 이동호 씨에 대해 했던 발언들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허위 사실이라며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을 무고 혐의로 맞고발했다.
세 사람의 구타유발‘입’이 민심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3일 확인된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전문가는 1일 “세 사람 발언이 아군 또는 본인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인 건 분명하다. 골고루 (득표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기 때문에 판세 자체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세 사람 모두 대선 이후라도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