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금융감독체계 개편 되나…금융산업정책·금융감독정책 분리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조직개편과 맞물려
금융감독원도 금융소비자보호 기능 분리 가능
더불어민주당, 작년 9월 법률개정안 발의
4일 이재명정부(국민주권정부)가 출범하면서 2008년부터 이어져온 금융감독체계가 17년 만에 개편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대선 후보 당시 정책공약집을 발표하면서 “금융위원회는 감독 업무도 하고 정책 업무도 하고 뒤섞여 있어서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해 향후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예고했다.
현재 금융위는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총괄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 결과 금융산업정책을 위해 감독규제를 완화하는데 무게 중심을 뒀고, 이 때문에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기관 건전성이라는 금융감독정책이 사실상 외면 받아왔다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시각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체제는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도입, 현재 금융감독체계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해 “기획재정부를 좀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며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기재부 쪼개기와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에서 금융감독정책을 떼어 내면, 금융산업정책은 기재부에 흡수될 개연성이 있다. 반대로 금융위가 기재부의 국제금융 기능을 흡수해 국내 금융산업정책과 국제금융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금융부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체계는 금융감독 관련 법령 개정 등 감독정책을 결정하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신설과 현재 금감원을 금융소비자보호 조직과 분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약집에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기능·독립성 강화와 함께 감독범위 확대, 검사기능 부여 등을 명시했다.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를 맡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별도로 분리해 검사권을 부여하고 금융회사에 대한 영업행위감독 등으로 감독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대략적인 밑그림은 지난해 9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금융위 설치법 전부개정안’에 나와 있다.

법률명을 ‘금융위 설치법’에서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고, 국무총리 소속으로 금감위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 각각에 대해 집행기구(민간조직)인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두는 방식이다. 각 위원장이 각 민간조직의 원장을 겸직하고, 위원회의 사무조직을 각 집행기구 내에 두도록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또 금융안정정책 결정을 위한 별도 협의체인 ‘금융안정협의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해 금융안정 관련 최종 정책을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키코(KIKO) 사태,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동양그룹 사태 및 사모펀드 사태와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이르기까지 금융소비자 보호 미흡에 따른 대규모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와같이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이뤄진 현행 금융감독체계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실현할 수 없다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으며,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 같은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국회에 밝혔다. 금융위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통합적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인위적 분리에 따라 금융행정의 비효율, 책임성 약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정책과 감독은 분리돼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금융안정·소비자 보호 등의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금융감독 등의 정책수단을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에 현행 체계와 같이 단일 정부기관이 금융정책 전반에 대해 책임성을 가지고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개정안은 현재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되는 금감원장과 달리 금감위원장(금감원장 겸임)과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 두 기관의 예산과 결산에 대해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해서 국회의 직접적인 감독 및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