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민생경제 회복 ‘2차추경’ 시동…재정역할 강화

2025-06-04 13:00:05 게재

부자감세 편중정책은 급제동 예고해

내수회복·관세대응·세수확충 큰 숙제

3년째 세수펑크 예고, 나라곳간 비어

안정적 세수확보방안 마련 핵심과제

이재명 대통령이 민생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만큼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책은 민간과 함께 재정의 역할을 함께 강조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해왔던 부자감세 정책 역시 급제동을 밟을 전망이다.

다만 3년째 역대급 세수 펑크로 나라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 대통령은 내수침체를 끊고 미국 관세정책에 대응하는 동시에 안정적 세수 확충 방안까지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어느 때보다 엄혹한 경제여건 = 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위기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당장 내수침체가 해묵은 경제정책과제다. 올해 1~4월 평균 소매판매액 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0.2% 감소했다. 2023년(-1.4%)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3년 연속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서비스 소비로 해석되는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세다. 가뜩이나 어려웠던 내수는 12·3 내란사태로 소비심리마저 얼어붙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한국 경제를 떠받쳐 온 수출도 미국 관세정책 영향으로 흔들리는 상황이다.

5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3% 줄며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트럼프 관세’의 직접 영향을 받는 대미 수출이 8.1% 줄었고 대중 수출은 8.4% 감소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최근 잇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0%대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등 사실상 성장 정체 상황이다. 추경을 통한 경기 부양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재명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당선 즉시 내수진작을 위해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소 30조원 규모를 거론했다.

구조적인 장기부진에 놓인 소상공인·자영업 계층 지원과, 경기 파급효과가 높은 사회간접자본(SOC)·건설업, 관세전쟁으로 직격탄을 맞는 수출 전선 등이 정책지원 대상으로 손꼽힌다.

◆세입확충 어찌하나 = 하지만 새 정부가 넘겨받은 나라 곳간이 ‘아사 직전’이다. 윤석열정부는 민간 중심의 성장을 강조하며 고소득층·대기업 감세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2023년 56조원, 2024년 31조원의 역대급 세수 펑크가 이어졌다.

올해도 세수결손이 예고된 상태다. 올해 4월 누계 기준 국세 수입은 142조2000억원, 예산 대비 진도율은 37.2%였다. 진도율은 작년(37.3%)과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최근 5년 평균(38.3%)보다 낮았다. 4월까지 세수가 평년보다 덜 걷혔다는 의미다. 3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사태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국가부채 상황도 심상치 않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매년 상승해 2040년 80%, 2050년 100%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도 1년 새 10% 넘게 늘며 올해 885조원에 달했다. 국채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 신인도 하락과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 당선인도 다른 후보와 마찬가지로 대선 과정에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재원 마련 방안은 뚜렷이 내놓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재정 지출 확대가 국채발행 증가로 이어져 재정 수지가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때문에 세수 기반 확충과 함게 반도체·조선 등 기존 주력산업을 넘어 미래 먹거리 발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을 통해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업들이 반도체 다음의 먹거리를 찾는데 정부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1% 성장률도 녹록찮다 = 한편 국내외 주요기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0%대 또는 ‘1% 턱걸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부진 탈출과 함께 저성장 극복이 새 정부 핵심 경제정책과제로 거론되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날 1.5%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가 지난달 30일 기준 조사한 국내외 41개 기관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0.985% 수준으로, 절반이 넘는 21개 기관이 0%대 성장률을 제시했다.

더 근본적인 경제정책 과제로는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한 구조적 대응이 손꼽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203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5% 수준으로 추산했다. OECD도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성 정체, 산업경쟁력 혁신 부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한국이 일본처럼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 체질 개선이 경기 대응책 못지않게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빠른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요 7개국(G7)이자 준기축통화국인 일본보다 우리나라는 저성장의 골이 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정책공약집에서 ‘잠재성장률 3% 진입’을 목표로 한 ‘진짜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AI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100조원을 투자하고, 산업 생태계 뒷받침을 위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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