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면 쓰겠다”
통합과 실용 천명 “분열의 정치 끝내겠다” … 제헌절에 ‘임명식’
국민이 임명한 대통령 의미 … “국민주권정부 탄생 주체는 국민”
취임 첫날 현충원 참배, 취임선서, 주요 인선 발표 등 숨가쁜 하루
이재명 신임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통합’이었다. 12.3비상계엄과 탄핵 이후 이뤄진 조기 대선에서 3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이 대통령이 헌정질서 회복과 분열된 국민들의 통합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실천해 나가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갖게 됐다.
이 대통령은 4일 취임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우리를 갈라놓은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행복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시간”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이후 나라를 구한 대한국민과 K-민주주의를 언급하며 “자랑스러운 동방의 한 나라가 이제는 맨손의 응원봉으로 최고 권력자의 군사쿠데타를 진압하는 민주주의 세계사의 새 장을 열고 있다”고 치하했다.
그는 또 비상경제대응 TF 가동 방침을 밝히며 “국가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이재명정부의 성격에 대해선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를 제시하며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념정치 청산도 외쳤다. 이 대통령은 “낡은 이념은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자. 진보의 문제란 없다. 보수의 문제도 없다.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면서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제헌절에 ‘임명식’을 연다. ‘임명식’이라는 명칭도 국민주권정부 탄생의 주체가 일부 정치세력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대통령을 임명했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다. 제헌절에 임명식을 여는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은 “대한민국 헌법을 공포한 날, 헌법정신을 되새기고 헌정질서를 굳건히 수호하는 대통령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공식 임기를 시작하며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이날 오전 8시 7분 사저에서 김명수 합참의장으로부터 군 통수권 이양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통화에서 군 장병의 헌신을 치하한 후 “군의 국민에 대한 충성과 역량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상계엄 사태 때 군 장병이 국민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부당한 명령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큰 혼란에 빠지지 않았던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치하했다.
김 합참의장이 북한의 군사 동향을 보고하고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하자 이 대통령은 “장병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국방에 잘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 안보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첫 외부 일정으로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사저에서 나온 이 대통령은 환송을 위해 모인 시민들과 악수하고, 아이들을 안아주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인수위 없이 시작되는 집권 초기 국정운영은 도전의 연속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 대선 이후 집권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례에 비춰 보면 초반에는 ‘실세 차관’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무총리와 장관 인사청문회와 임명까지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급한 대로 국무조정실장과 차관 임명을 빠르게 진행한 후 이들 중심으로 초반 국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차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빠른 임명이 가능하다. 문 전 대통령 때에도 당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지휘 하에 차관회의를 열고 국정을 챙긴 전례가 있다.
윤석열정부 때 임명됐던 이주호 국무총리 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포함해 정부 부처 장차관은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장관들의 사표를 모두 수리하게 될 경우에는 국무위원 정족수 11명을 채울 수 없기 때문에 국무회의 개최가 불가능하다. 이 대통령이 사표 수리 또는 보류 등 어떤 선택을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첫 총리로 김민석 최고위원을 낙점한 것은 일 중심 새 정부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에 핵심적 기여를 하는 등 유능함을 보여온 데다 4선 중진의원으로서 국회와 소통하며 안정적 국정 관리가 가능하리라는 기대감도 반영돼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