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투자자들 덮친 복병 ‘환 리스크’

2025-06-05 13:00:03 게재

글로벌 자산 분산투자 시대

환위험 체계적 분석은 필수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라면 최근 유로화·엔화 강세, 달러 약세 같은 외환시장 변동성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환율이 주식 투자 수익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계산해본 경험은 드물다. 해외 기업의 매출과 비용이 어떤 통화로 이루어지는지, 해당 기업이 유로화 표시 채권을 얼마나 발행했는지, 또는 그 리스크를 어떻게 헤지하고 있는지까지 따져보는 일은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 실제로 많은 투자자가 환위험 분석을 ‘너무 복잡한 영역’으로 치부하고 외면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들어 환율이 급격히 요동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재점검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유럽은 국방비 지출 확대 계획으로 유로화가 급등했고, 일본은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수년 만에 엔화 강세 분위기를 맞고 있다. 반면, 달러는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가가 하락하면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 상관관계가 무너지고 있다.

복잡성을 더하는 요인은 또 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유로화 표시 채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 화이자 등은 올해 유럽에서 830억유로 규모의 ‘리버스 양키본드(Reverse Yankee bond)’를 발행했다. 이는 낮은 유럽 금리를 활용한 자금조달 전략이지만,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리스크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든다. 예컨대 기업이 유로화로 채무를 지고 달러로 수익을 내면, 달러가 약세일 경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환위험을 분석해도 이를 헤지하는 일이 ‘악몽’처럼 어렵다는 점이다. 파생상품을 활용한 환헤지는 옵션·선물·스왑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주식과 짝을 이루기엔 여러 한계가 있다. 선물환 계약은 특정 금액의 환율을 미래 시점에 고정시킬 수 있지만, 주식처럼 수익이 불확실한 자산에는 적용이 어렵다. 옵션은 일정 기간 손실을 제한할 수 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게다가 일본처럼 금리가 오르면서, 과거보다 선물환 거래의 조건도 악화되고 있다. 외환시장의 전반적인 변동성 확대도 헤지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다. 결국, 환율 리스크를 피할 수는 없지만 그 영향을 무시하고 투자하기에는 너무 큰 위험이 따르는 시대가 됐다.

환헤지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미리 정해진 환율에 따라 거래를 약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6개월 뒤 달러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 미리 해당 금액을 현재 환율에 고정시켜 리스크를 줄이는 식이다. 하지만 주식처럼 수익 자체가 불확실한 자산은 환헤지의 실효성이 낮고, 오히려 추가 비용만 늘릴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해외 주식 투자 시 환율 변동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부분적인 헤지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완벽한 대응책은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환위험 자체를 고려한 분산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