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교실’ 구청에서 대응인력 지원
성북구 학교 18곳에 ‘교육도움 매니저’
학습권·교권 보장하고 교육격차 완화
“요즘 ‘위기의 교실’이라고 하잖아요. 문제행동 아이를 지도하는 동시에 다른 아이들 수업을 진행하거나 점심을 챙겨야 합니다. 체육시간에 갑자기 사라지는 아이도 있고요.” “도움이 필요한 아이는 4명인데 특수학급에 배치된 사회복무요원은 한명뿐입니다. 하루종일 붙어있어야 하는 아이는 방치될 수밖에 없어요.”
서울 성북구 삼선동 성북구청 12층 소회의실. 김희경 길음초등학교 교감과 김유리 성북초등학교 특수학급 담당 교사는 “매니저는 학교에 꼭 필요하고 한명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북구가 지난해 9개 학교에 이어 올해 18곳으로 확대한 ‘교육도움 매니저’ 이야기다. 김 교감과 김 교사는 6층 구청장실로 자리를 옮겨서도 매니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5일 성북구에 따르면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교육도움 매니저 사업이 교실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잦아들던 지난 2023년 교육지원과와 성북강북교육지원청 월례회의에서 제안이 나왔다. 장기간 대면수업이 제한되면서 기초학력 미달이나 학교 부적응과 심리·정서 불안, 충동조절장애 학생 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의견이었다. 구 관계자는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법적으로 분리지도를 할 수 있지만 자칫 대응이 지체되면 학부모 민원이 쏟아지고 아동 학대라고 신고까지 한다”고 전했다.
성북구는 학생들을 밀착 지원하는 인력을 파견하기로 하고 시범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서울시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예산을 확보, 9개 초등학교에 매니저 1명씩을 배치할 수 있었다. 인력 선발은 학교측 재량에 맡겼다. 코로나19 시기 방역인력으로 학교와 연을 맺었거나 이미 자녀를 졸업시킨 학부모 등이 매니저로 나섰다.
1주일에 14시간 활동만으로도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곽진희 길음초 매니저는 “3학년과 5학년 아이들 한명씩 번갈아 돌본다”며 “수업시간에 아이와 함께 밖에 나와 있는데 곁에 있으면 흥분상태가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최명숙 성북초 매니저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3명을 맡고 있어 일반교실에서 정서적 도움이 필요한 아이는 지원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만큼 학교측 호응도 크다. 지난해 참여 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89점에 달했다. 교실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 행동을 하는 아이가 발생하면 즉시 격리·제지해 수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에는 취약 아동이 친구들과 어울리도록 돕고 궁극적으로 부적응 학생에 대한 따돌림을 예방하는 효과를 얻었다. 경계선 지능 학생 학습능력 향상 효과도 확인했다.
각 학교는 지속 필요성을 묻는 항목에 모두 5점을 주었고 참여하지 않았던 학교까지 매니저 배치를 요구해 왔다. 김희경 길음초 교감은 “담임교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가 있는 학급에서 서로 ‘우리 반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며 “문제행동이 잠깐 진정되면 다른 반에서 매니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올해 지난해보다 두배가 넘는 1억800만원 교육경비보조금을 확보해 특수학교와 초등학교 18곳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이승로 구청장이 학교 관계자와 매니저, 교육지원청 장학사를 만나 현장 의견을 들었다. 구는 현장 호응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중·고교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학습권·교권 보장과 교육격차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확산 가능성과 정책효과가 장기적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모범사례로 지리매김하도록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