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바뀐 여야, 협치 가능할까

2025-06-05 13:00:02 게재

이 대통령, 야당 대표 비빔밥 회동

집권 초기 인사청문회·입법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야당 대표들과 비빔밥 회동을 하며 ‘협치’와 ‘경쟁’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자주 연락 드릴테니 의제 관계없이 자주 대화하면 좋겠다”면서 “전쟁 같은 정치가 아니라 경쟁하는 정치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야 협력과 경쟁을 통해 대선 기간 강조했던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로서의 정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자는 제언이다. 여야 갈등이 전면화될 경우 이재명정부의 초기 국정동력 확보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입법·행정권이라는 칼자루를 쥔 여당의 선제적 조치와 야당의 대승적 협력이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다.

이 대통령은 4일 취임 선서 직후 첫 일정으로 여야 당 대표들과 오찬 회동을 하며 협치 정치를 주문했다. 전임 정권에 대한 탄핵대선임에도 구 여권 후보자 지지율이 40%가 넘고, 이 대통령의 득표율이 절반을 넘지 못하는 정치 지형에서 야당과의 협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171석을 포함해 범여권 의석이 190석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자칫 집권여당을 향한 ‘독주 프레임’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민주당 안에서도 협치·협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친명계 핵심인 정성호 의원은 4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소수자의 권리나 주장에 대한 존중이 국회에서부터 구현돼야 된다”면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야당과 협력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정권의 거부권에 막혔던 법안을 재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좀 더 여야가 논의하려고 하는 자세들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성준 의원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들은 성과가 없을 경우에는 또 채찍도 들기 때문에, 엄중한 시기 위기를 극복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다수라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공론”이라며 “최대한 대화하고 타협하고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반으로 의회 내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야당과의 열린 대화를 강조하며 협치의 문을 연 상황에서 전 정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5일 “국회 패싱이나 야당 무시 등과 같은 단어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다수결 표결이 불가피한 상황이 오더라도 마지막까지 야당과 협의하고 동의를 구하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재명정부 출범과 동시에 추진 중인 법원조직법 등 법안 처리와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인준 등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가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정부는 역대 민주당정부를 포함해 가장 강력한 ‘여대’ 정권으로, 개헌을 제외한 인사·조직·입법 등에서 여권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조건이다.

특히 인사 문제는 이런 유혹에 빠지기 쉽다. 대통령과 호흡을 강조하며 국회와 야당의 견제권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상황을 이전 정부에서 목격했다.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노무현정부 3명에서 문재인, 윤석열정부에서 30여명을 넘겼다. 일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도 않고 임명했다. 여야 합의 없이 단독으로 임명된 사례가 누적되면 청문회 무용론·국회 무시론 등의 갈등상이 전면화되기 쉽다.

여당이 새 정부 각료와 참모진 인선에 적용할 자체적인 검증기준을 제시하는 등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재명정부는 ‘충직함·유능함’ 등을 인사의 기본원칙으로 제시했지만 과거 탄핵대선 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인사 5원칙’ 등과 같은 구체적 기준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야당 또한 업무 중심의 검증과 함께 전 정권 알박기 인사 평가를 받는 공공기관 인사에 대해 용퇴를 주문해 대통령 인사의 폭을 넓혀 협치 인사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회성으로 그친 ‘여야정 협의체’의 실질적 운영을 위한 여야 공동의 노력도 과제로 지목된다.

추경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 편성, 새 정부 정부 조직개편 등도 여야의 협력이 꼭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이재명정부가 35조원 대의 추경 편성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지역화폐 발행 국고 지원 등을 놓고는 여야가 엇갈린 입장을 보여왔었다.

여야가 새 지도부 구성에 돌입하는 점도 협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13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이후 이 대통령의 대표직 잔여임기를 수행할 대표 선출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원내대표 선거부터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20% 반영하도록 했다. 대야 관계에서 민주당 주도성을 강조하며 강경한 입장을 주문하는 강경파 목소리가 다수 반영될 공산이 커보인다. 국민의힘 역시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 등을 놓고 내부 논쟁 결과에 따라 대여 관계의 방향과 강도가 좌우될 수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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