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세대·성별의 ‘벽’ 여전했다

2025-06-05 13:00:04 게재

21대 6.3 대선 투표와 출구조사 결과 분석

동서로 표심 갈려 … 20·30대 남녀도 대치

이재명 대통령이 6.3 대선에서 역대 최다 득표로 당선됐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과 세대, 성별, 이념으로 갈라진 한국사회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힌 이 대통령의 취임일성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6.3 대선에서 지역과 세대, 성별, 이념으로 갈라진 투표 양상이 여전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선관위 개표 결과를 보면 수도권과 충청·호남·제주를 묶는 서쪽 지역과 강원과 영남권을 묶는 동쪽 지역의 투표 성향이 정반대로 엇갈렸다. 이 대통령은 서울과 경기, 인천, 대전, 충북, 충남, 광주, 전남, 전북, 제주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전 후보는 강원과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에서 앞섰다.

역대 전국선거에서 자주 나타났던 ‘동서 분열’ 양상이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부산과 울산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는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세대별 대립도 여전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를 보면 이 대통령은 20~50대에서 우위였고, 김 전 후보는 60대와 70대 이상에서 앞섰다. 역대 전국선거에서 젊은층은 민주당을, 노령층은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흐름이 반복된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성향이 강했던 60대에서 이재명 48.0%, 김문수 48.9%로 박빙 양상을 보여 이목을 끌었다. 1980년대 ‘민주화 세례’를 받은 586세대가 60대에 진입하기 시작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2022년 대선에서 극심했던 20~30대 성별 대결 양상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20대 남성에서 김문수(36.9%)와 이준석(37.2%)을 합치면 74.1%에 달했다. 이재명(24.0%)을 압도했다. 30대 남성에서도 김문수(34.5%)와 이준석(25.8%)을 합치면 60.3%로 이재명(37.9%)을 앞섰다. 반면 20대 여성에서는 이재명(58.1%)이 김문수·이준석을 압도했다. 30대 여성에서도 이재명(57.3%)이 우위를 점했다. 2022년 대선 당시에도 이재명 후보는 20~30대 여성에서 우위였고, 윤석열 후보는 20~30대 남성에서 앞섰다.

이념 간 대립도 여전했다. 출구조사를 보면 이 대통령은 진보층에서 87.3%란 압도적 지지를 획득했다. 김 전 후보는 진보층에서 7.7%를 얻는데 그쳤다. 보수층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김 전 후보는 보수층에서 74.8%의 지지를 얻었다. 이 대통령은 보수층에서 18.0%를 득표했다. 중도층에서는 이 대통령이 59.4%를 얻어 우위를 보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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