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몰래 녹음’ 증거능력 부정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발언으로 기소
대법, 위법 수집 증거능력 부정 최종 확정
웹툰작가 주호민씨 사건에도 영향미칠듯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이 몰래 녹음한 대화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이다. 웹툰작가 주호민씨 사건과 쟁점을 공유하는 유사 사건으로 분류되는 이 사건의 최종 결론은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넣은 녹음기로 수집된 증거의 활용 가능성을 둘러싼 법리 논쟁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일 오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교사의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파기환송심 원심을 확정했다.
A교사는 2018년 서울 광진구 소재 초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으며 전학생에게 “학교를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학습 훈련이 전혀 안 돼있다” 등의 발언으로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문제가 된 발언들은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를 통해 확인됐다. 자녀가 “선생님에게 심한 말을 들었다”고 하자 상황 파악을 위해 녹음기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A교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은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대법원은 “녹음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해 수집된 것”이라며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후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는 A교사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녹음파일뿐만 아니라 이를 기초로 한 피고인의 법정 진술, 수사기관 조서 등 2차적 증거들의 증거능력도 모두 부정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해석이다. 해당 조항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해 수집된 증거의 법정 사용을 제한한다.
1·2심에서는 ‘초등학교 교육의 공공적 성격’을 근거로 교실 내 교사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아동 보호를 위해 녹음 외에 별다른 수단이 없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파기환송 판결에서 “교실 내 발언은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다”라며 “대화 내용의 공적 성격이나 발언자가 공적 인물인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은 대화’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어진 파기환송심에서는 녹음파일 자체뿐만 아니라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도 주요 쟁점이 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녹음파일을 의식하며 공소사실을 인정한 진술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기초한 2차적 증거”라고 판단했다.
특히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1차적 증거가 수사 개시의 단서가 되었고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다”며 “피고인이 1차적 증거의 존재를 전제로 진술했다면 인과관계의 희석이나 단절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은 무죄로 판단한 파기환송심 원심에 대해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