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자제’ ‘불평등’ 딜레마 빠진 고령자 운전
65세 이상 교통사고 20% 넘어
“이동권, ESG차원서 접근해야”
한국사회가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령자가 운전하지 못하도록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해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고령자의 이동권을 제약하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KIRI리포트 ‘고령자 운전 : 기술변화와 보험제도’를 통해 “고령자의 운전면허 요건이 강화되고 있다”면서도 “시민들은 운전면허 관리강화보다 기술변화를 반영한 안전대책을 선호했다”고 9일 밝혔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2015년 7.6%에서 2024년 14.9%로 배 가까이 늘었다. 운전자가 많다면 실수하는 이들도 늘어난다. 하지만 그 속도는 매우 빠르다.
고령운전자에 의한 사고는 2015년 6.8% 수준이었지만 2023년 3배가 늘어난 20.0%로 나타났다. 운전면허 소지자 100명당 연령대별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0대 이하 운전자가 가장 많았다. 운전미숙은 물론 준법의식 결여 등에 의한 사고들이다. 다음이 고령 운전자였다.
고령운전자 사고가 늘어날수록 다른 연령대의 사고는 줄고 있다. 정부는 고령자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단축하고 적성 검사 요건을 강화하는 등 압박에 나섰다. 연령이 늘어날수록 면허 갱신 주기는 10년에서 5년으로, 다시 3년으로 단축된다. 75세 이상은 치매검사까지 받아야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두 정책 모두 실효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운전면허 갱신은 요식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고,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반납도 2.2%(2024년)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도 버스나 택시 등 여객운송에 종사하는 고령자 적격성 검사 강화하는 올 3월까지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격검사가 그동안 변별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합격률이 지나치게 높아 도로위 안전을 담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강화할 경우 고령자 이동 제한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고령자의 이동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경우 고령자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어 관계 당국이 심도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 고령자의 직접 운전을 규제한다면 다른 수단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2001년 OECD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eing-in-place)’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고령자가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하는 교통정책의 재설계를 제안한 내용이다. 고령자의 이동을 제한하게 하면 지역 기반 생활을 어렵게 하고, 복지시설 수용으로 인한 거주 지역에서 이탈 등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동권 제한은 고령자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사회 전체의 복지부담도 증가시킨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이동권 제한은 고령자들에게 사회적 고립이라는 2차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연구원은 ‘로보택시’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이미 미국 일부 도시에는 구글의 웨이모 등 자율주행택시가 영업 중이다. 아예 일상이 되어버린 터라 고령자들이 자율주행택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령운전자들에게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설치시 보조금 및 보험료 할인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제안했다. 일본은 ‘사포카 제도’를 통해 자동긴급제동장치, 페달오조작장치 등 ADAS를 탑재한 차량의 보조금 지원과 보험료 할인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운전면허와 연계한 사포카 한정 면허를 내주고 있다. 조건부로 이 면허를 발급받은 고령자는 ADAS가 탑재된 차량만을 운전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운전하지 않는 고령자에게는 로보택시를 포함한 공공투자를 통해 이동 접근성을 보장하고, 공공보험을 통해 이동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며 “고령자 운전 안전대책은 보건 복지 교통 등을 결합한 통합적 체계 안에서 설계될 필요가 있고 보험은 ESG(지속가능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