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신임차관 체제…‘민생회복·내수진작·추경편성’ 속도
이 대통령, 차관 체제 시동 걸면서 국정공백 최소화 도모
추경규모 “적어도 20조+α” 민생지원금 포함 여부 주목
국채발행 불가피 … 부자감세정책에 펑크난 재정이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2차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방향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추경 편성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추경 규모는 최소 ‘20조+α’ 수준이 유력하다. ‘취약계층·소상공인’ 등을 집중 지원하며 내수 회복에 강조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은 경제정책을 총괄할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일부 부처 차관급 인사를 먼저 단행, 속도전에 힘을 실었다. 통상 차관급 인선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뒤 발표한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데다 G7정상회의와 한미 통상 협상 등을 앞두고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 조치로 풀이된다.
11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기재부·외교부 등 시급한 현안이 있는 부처는 우선 차관체제로 추경편성, 통상대응 등 당면과제를 신속·효율적으로 추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예산통 임기근 기재부 2차관에 = 우선 2차 추경 예산안을 짤 기재부 2차관 자리에는 임기근 조달청장을 선택했다. 임 차관은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과 재정관리관 등을 지내며 대표적인 예산통으로 손꼽힌다. 그는 윤석열정부 당시 유력한 예산실장 후보로 손꼽혔지만 출신지역(광주) 등을 이유로 재정관리관으로 밀렸다.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이 예산실장에 오르지 못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임기근 2차관 발탁에 대해 “자타공인 예산전문가”라며 “적극재정으로 위기극복의 마중물이 되고 성장전략의 토대를 닦을 예산정책전문가로서 활약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기재부 장관을 대행할 신임 1차관에는 이형일 통계청장이 임명됐다. 이 차관는 거시경제 전문가이자 기재부 출신 대표적 전략통이다. 종합정책과장·경제정책국장·차관보 등 정책 라인 핵심 보직을 모두 거쳤다.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 윤석열정부에서 경제정책비서관으로 근무하는 등 정권을 넘나들며 인정받았다. 강 대변인은 “정책라인 경험이 풍부한 거시경제 전문가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금융정책국을 경험하는 등 위기에 강한 인물”이라며 “복합적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 현실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을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추경 규모는? = 실무를 진두지휘할 기재부 차관급 인사가 확정되면서 추경편성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추경 규모는 최소 20조원 이상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전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차 추경예산 규모를 ‘최소 20조 원’이라고 언급했다.
여당은 지난 2월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시했는데, 이후 13조8000억 원 규모의 ‘필수 추경’이 마련된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20조원 내외의 추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다.
추경 사업 내용으로는 전날 이 대통령이 ‘취약계층, 소상공인 지원’을 언급하면서 큰 가닥이 잡혔다. 당 고위관계자는 “내란 사태와 항공기 참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도 적극 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석유화학, 철강 산업 등 산업 위기 지역을 지원할 예산도 꼭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사업에 ‘지역화폐를 통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이 사업은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자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강조했던 대표 정책이다.
◆재정건전성 관리가 열쇠 =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19 채무 조정 및 대출 탕감 등도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민간에 빚으로 떠넘기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문제는 재정 사정이다. 윤석열정부가 경기침체 와중에 대대적 감세정책을 고집, 올해까지 3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사태가 예고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라빚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175조2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1%에 달했다. 정부의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분기 역대 2위 규모인 61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잉여금이나 기금 여유자금 등 가용 재원은 이미 1차 추경 당시 총동원하고도 모자라 9조원 넘게 국채를 발행했다.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2차 추경을 추진하면 관련 재원은 결국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세계 경제가 미국의 관세 장벽으로 위축돼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한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다만 현재 정부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선별 지원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진 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생회복지원금은 이번 추경에 반드시 반영돼야 하며, 소비 진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보편 지원이 바람직하다”며 “민생회복지원금의 정책적 목표는 살림을 지원하는 것이라기보다 우리 경제의 회복을 위하여 전반적인 소비를 진작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사용기한을 정한 지역 화폐의 형태로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다만 진 의장은 “문제는 정부의 재정 여력”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경제재정정책 실패로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정 어렵다면 일정한 범위를 정해 선별 지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정부와 함께 민생회복을 위한 소비 진작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견지하는 가운데 재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