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여당의 힘, 발의만 해도 ‘쟁점’…국정과제 입법 시동

2025-06-11 13:00:21 게재

상법·방송3법·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 “시점만 남았다”

‘대형마트 휴무지정’ 논란 … 법안 조율 새 지도부 과제

새 정부 국정과제 관련 법안도 의원입법 발의 대기 중

정부보다 당 주도 입법 선호 … “입법 신중해야” 주문도

168석의 거대 여당은 단독으로 입법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보유하게 됐다. ‘거대 야당’이었을 때 막아섰던 ‘대통령의 거부권’도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다. 여당 의원들의 법률안 발의만으로도 주목받는 이유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상법 개정안 등 국정과제로 선정된 법안들은 빠르게 통과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덕 의원의 ‘디지털자산기본법’도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반면 여당 의원의 법안 발의가 곧 실행될 정책으로 인식되면서 국정과제나 당론과 상관없이 논쟁 속에 빠져드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대선 이전에 발의된 ‘대형마트 휴업일 지정 의무화’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놓고 유통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신중한 입법’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지도부의 과제다.

11일 민주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야당일 때와 달리 여당일 때 의원들은 입법에 좀 더 신중을 기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당내에서 조율되거나 국정과제 주요 내용이 아니면 입법으로 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은 우선 집권 이전에 발의해 충분히 논의됐다고 판단한 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할 예정이다. 상법, 방송 3법,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은 이재명 대통령 공약에도 들어있고 충분한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본회의 통과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당초 12일 본회의때 통과시킬 계획이었지만 대통령실 요청에 따른 속도조절로 미뤄진 상태다.

오래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어제도 정책위의장하고 정책위 부의장하고 상법 개정과 관련된 얘기를 어느 정도 했는데 큰 틀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리 시점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방송 3법도 논의는 다 마무리가 됐다고 볼 수가 있고 처리 시점만 남았다”고 했다.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에 대해서도 “바로 추진해야겠다라고 하는 것을 대통령도 분명히 입장을 밝히지 않았느냐”며 “국정기획위원회도 여러 가지 개혁입법들을 마련할 것이다. 이것을 정책 우선순위에 맞게 법안 처리의 일정들을 조율하는 게 맞다”고 했다.

국정과제나 공약 관련 법안들을 선점하기 위한 여당 의원들의 경쟁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정부는 거대 여당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정부 입법보다는 속도가 빠른 의원입법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많은 의원들이 국정과제 입법 경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입법경쟁은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9월에 발의한 오 의원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최근 논란이 됐다. 이 법안 내용은 공약 내용에 들어가 있지 않다. 오 의원은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량권을 이용하여 의무휴업일 지정을 철회하거나 영업시간을 1시간만 제한하는 등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하여 반드시 영업시간 제한 또는 의무휴업일 지정을 명하도록 하고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무조항을 넣은 법안을 제출했다. 일부 언론에서 이를 꺼내들어 유통업체에 불안감이 커지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온라인 판매 중심으로 바뀐 소비구조 등을 언급하며 이 법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내놓는 등 논란이 당 안으로 들어왔다.

앞의 핵심관계자는 “의무휴업일 등은 상황 변화 등을 꼼꼼히 따져 결정해야 하는 법안”이라며 “여당 의원 발의 법안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다음 주 모습을 드러낼 이재명정부의 첫 여당 원내지도부에겐 의원들의 법안을 어떻게 조율해 가느냐가 주요 과제로 부상한 상황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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