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안전할 권리’ 생명안전법 제정 추진
재난안전 관련 제도 정비 속도낼 듯
사회·복합재난 대응체계 변화 기대

“안전이 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취임사에서 내놓은 강력한 한마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월호와 이태원 오송지하차도 등 우리의 민낯인 사회적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다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지 않는 안전사회를 반드시 건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정부의 재난안전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재난안전 관련 새로운 대선 공약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반복되는 재난·사고에 대한 대응이 어떻게 달라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안전이 밥이다" = 우선 이재명정부 출범으로 재난안전 관련 법령 정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던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재난안전기본법을 세분화하는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안전기본법은 22대 국회에서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무려 110명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다. 국민의 안전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국민과 피해자를 권리의 주체로, 국가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주체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점이 기존 법과의 차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미 법안 정비를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 기존 재난안전기본법의 총괄 조항 일부를 생명안전기본법과 통합하고, 집행적 성격을 담은 내용들은 자연재난법과 사회재난법으로 구분해 구체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재명 대통령도 반복되는 참사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재난법 제정을 공약한 바 있다.
김용균 행안부 안전예방정책실장은 “재난안전 체계를 현장 중심으로 재편하고, 법과 제도도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법령 정비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상벌 명확히 해 대응역량 강화 = 이재명 대통령의 재난 대응 방향은 크게 세 축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우선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조사위원회를 즉시 설치한다. 특히 조사 결과 예측 가능한 사고로 밝혀지면 엄정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두 번째로 재난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이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고, 이를 위해 우수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도록 한다. 끝으로 재난 대응에서 성과를 낸 지자체에는 교부세 지원을 확대하고, 해당 공무원은 적극 포상하는 등 상벌을 명확히 한다는 것이다.
이는 취임 이틀째인 지난 5일 주재한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관련 부처에 지시한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4일 당선 직후 연설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제1 책임을 완벽하게 이행하겠다”며 안전사회 보장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이 대통령은 당장 세월호 이태원 오송지하차도 등 그동안 발생했던 참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특히 10.29이태원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유가족·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강조했다. 오송지하차도참사에 대해서는 “정말로 사소한 시설물 관리, 관심 부족으로 생긴 사고”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오송참사 국정조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실제 이연희 민주당 의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사고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국정조사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원내지도부가 선출되면 곧바로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난대응부서 긴장감 고조 = 재난대응에 대한 분명한 상벌과 함께 관련 기관들의 공조체계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다. 당장 산불대응체계 강화 방안에서 이 같은 기류가 읽힌다. 이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방부 헬기 활용방안에 대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을 강화해 산불대응기간 국방부 헬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인 셈이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려다 무산된 국방부 고정익 비행기 활용 방안에 대한 재검토로도 이어질 수 있어 관련 부처의 관심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밖에도 신속대응을 위한 재난현장 지휘권한 강화, 산불·호우·싱크홀 등 재난 예측·감시 시스템 강화, 지하 안전사고 예방 대책 마련 등을 재난안전 분야 공약으로 제시했다. 보행자 우선 교통체계 구축, 24시간 안전 공중화장실 조성 같은 실생활에 밀접한 정책도 공약에 담았다. 산업 기술 발전을 견인할 재난안전산업 육성도 공약했다.
위기관리학회장을 맡고 있는 류상일 동의대 교수는 “지난 대선 공약에서 재난대응에 대한 새로운 정책들은 보이지 않았다”며 “다만 이재명정부가 국민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반복해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현장 대응체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