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셔브룩 양자기술 클러스터’
퀘벡주·대학·기업 등 생태계 구축
인재와 재능이 결합된 강소도시
대전-퀘벡, 13일 공동포럼 개최
“고등교육기관과 연구기관 등을 기반으로 양자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셔브룩시는 퀘벡주의 자부심이며 인재와 재능이 결합된 도시입니다.”
에블린 보댕 셔브룩시장의 자신에 찬 말이다. 13일(현지시각 12일) 대전시방문단이 찾은 캐나다 퀘벡주의 중소도시 셔브룩시. 대전시방문단이 인구 20만명이 채 안되는 도시를 찾은 이유는 셔브룩시가 지금 세계적인 양자기술 클러스터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전시방문단에는 대전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카이스트 대전테크노파크 양자기술기업 등 양자기술과 관련된 지역 내 기관·기업이 대부분 포함됐다.
양자기술은 최근 잇따른 희소식에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표적인 미래기술이다. IBM이 지난 10일 2029년에 200개의 논리 큐비트로 1억회의 양자 연산을 수행하는 양자컴퓨터 ‘스탈링’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하고 11일에는 양자기술에 부정적이었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양자컴퓨팅이 변곡점을 맞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퀘벡주 셔브룩시 양자기술 생태계의 중심에는 디스트릭큐(DistriQ)가 있다. 지역 내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이 모여 만든 비영리조직이다.
디스트릭큐는 양자의 공간이라는 뜻의 ‘Espace Quantique 1(EQ1)’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11월 문을 연 EQ1은 최첨단 실험실 장비를 갖추고 기업들의 양자기술 개발 등을 지원하는 혁신센터다. 이날 찾은 EQ1에서는 일부 사무실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 20여개 기업과 1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디스트릭큐는 이외에도 세계 최대 상업용 양자개발 센터인 DevTeQ, 세계 최고 수준의 셔브룩대학 양자연구소 등을 운영한다. IBM 구글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스타트업과의 상생 생태계도 구축하고 있다.
셔브룩시가 세계적인 양자기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디스트릭큐 관계자는 “셔브룩시는 캐나다에서 인구 1인당 학생비율이 가장 많을 정도로 인재가 몰려 있는 곳”이라며 “셔브룩대학은 45년 이상의 양자기술 연구역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셔브룩대학은 응용연구 중심의 공립 연구대학이다. 2016년부터 이미 양자과학 중점기관인 IQ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퀘벡 주정부와 캐나다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인근 퀘벡주 브로몽시에는 캐나다 최대 반도체 연구개발 시설인 C2MI가 위치해 있다. C2MI는 캐나다 정부와 IBM이 합작해 만들었으며 현재 특수반도체와 양자기술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인근에 500여개 기업이 몰려있다. 자연스럽게 인근 셔브룩시의 양자기술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C2MI의 중심에 중앙정부가 있다면 셔브룩 양자기술 생태계에는 퀘벡 주정부가 있다. 셔브룩 EQ1 건립에도 퀘벡 주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최재수 대전테크노파크 센터장은 “현재 캐나다에서는 퀘벡주의 셔브룩 외에도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벤쿠버, 온타리오주의 토론토 등 3개 지역 클러스터가 양자기술 선점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퀘벡이 가장 빨랐고 규모도 크다는 게 최 센터장의 설명이다.
대전시와 퀘벡주는 이날 셔브룩시에서 ‘대전-퀘벡 양자기술 공동포럼’을 개최하고 국제협력을 본격화했다. 양 도시를 대표해 대전의 한국표준과학연구원·대전테크노파크와 퀘벡의 디스트릭큐는 양자산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공동 연구개발, 기술교류, 기업간 파트너십, 글로벌시장 공동 진출, 정책 네트워크 구축 등이 담겼다.
대전은 퀘벡주와 마찬가지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카이스트 등을 중심으로 세계적 수준의 양자 연구개발 인프라를 보유했으며 국내 양자기술 인력의 절반이 집중돼 있다. 대전시 역시 다른 지자체보다 양자기술 클러스터 조성에 앞장서왔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날 “대전시와 퀘벡주의 만남은 글로벌 양자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강력한 조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퀘벡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