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후, 기회의 재발견 ②

가축분뇨로 에너지자립 돼지농장을 꿈꾸다

2025-06-16 13:00:01 게재

바이오가스로 폐기물처리와 전기요금 절약 …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실현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까지 기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 가속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관리 측면에서는 한 에너지원을 다량으로 생산하는 게 편리하다. 때문에 다양한 재생에너지원 생산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까다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한다면 지역별 특성을 최적화한 에너지 체제 전환이 가능해지는 등 또 다른 이점이 있을 수 있다.

이번 주는 냄새나고 온실가스를 많이 뿜어낸다고 생각하기 쉬운 축산농가가 에너지생산 주체로 탈바꿈하는 현장을 중계한다. 버려지는 축산분뇨도 쓰임을 달리하면 바이오가스로 재탄생해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기 충분하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인 경제성 확보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팜스코바이오인티 이천농장은 돼지분뇨를 활용해 에너지생산을 할 계획이다. 사진 이의종

“연간 전기요금이 약 18억원 나와요. 농장 시설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했지만 에너지 사용량을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죠. 돼지분뇨를 바이오가스로 만들면 상당 부분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걸로 기대합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실현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고 진정한 저탄소 축산물 농장으로 거듭나는 효과도 있으니 여러 가지로 이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11일 변상천 팜스코바이오인티 이천농장 농장장은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부흥로 일대에 있는 이 농장에서는 돼지 약 3만마리를 키운다. 팜스코바이오인티는 하림그룹 계열사이자 팜스코의 종속회사다. 약 13만3884㎡(4만500여평) 규모의 팜스코바이오인티 이천농장에서는 하루에 돼지분뇨 약 250톤이 나온다. 하지만 이 농장에서는 악취를 맡을 수가 없었다.

“냄새가 나면 주변 민원 때문에 농장을 운영할 수가 없어요. 악취제거 관련 특허를 받은 기술을 적용해 농장을 관리 중이죠. 동물복지형 농장 인증과 해썹(HACCP)인증 등도 받았어요. 그만큼 관련 인력도 늘어나고 신경을 써야 할 부분도 많지만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선 결국 나아가야 할 길이라 생각합니다.”

약 30년을 축산업에 몸담은 변 농장장은 “지구온난화 속도가 가파른 만큼 축산농가에서도 미래세대를 위해 탄소를 적게 뿜어낼 수 있도록 고민을 해야 한다”며 “비용 부담이 크지만 바이오가스 설비를 설치하기로 결정한 여러 이유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바이오가스는 음식물쓰레기 하수찌꺼기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을 분해(혐기성 소화) 할 때 생산되는 가스로, 도시가스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다. 폐기물처리와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덴마크는 도시가스 공급의 25%로 충당하는 등 유럽에서는 바이오가스 생산이나 이용이 일상화되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기성 폐자원 상당 부분을 사료나 퇴비로 쓰는 실정이다.

팜스코바이오인티 이천농장은 건물 지붕 공간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지만 환경·사회·투명경영을 위해 바이오가스 생산도 하기로 했다. 사진 이의종

◆이재명 대통령 정책 공약, 축사 등 재생에너지 이용 촉진 = 이재명 대통령은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서 탄소 감축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으로 RE100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농식품 RE100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축사 등 재생에너지 이용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재명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이재명정부 출범 첫해인 2025년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공언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40% 저감이다.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들은 5년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갱신해야 하며 진전의 원칙에 따라 이전 목표보다 후퇴하면 안된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현황과 주요 쟁점’ 보고서에서는 2023년의 경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으나 목표 감축률이 상승하는 2026년 이후의 달성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본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24년 12월 발표한 뒤 2025년 2월 유엔(UN)에 제출해야 했으나 2025년 하반기로 지연되고 있어 부문별 감축목표·경로 수립이 쉽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조금이라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찾아내 현실화를 해야 할 때다. 환경부의 ‘환경시설을 활용한 바이오・물 에너지 확대 로드맵’에 따르면, 바이오가스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은 2026년 연간 110만톤, 2030년에는 연간 470만톤이 될 전망이다. 이는 2030년 폐기물 부문의 국가 감축목표 800만톤 중 약 58.8%를 차지하는 수치다. 그만큼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 바이오가스 활용 방안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바이오에너지를 활용한 온실가스 주요 감축 요인 중 첫 번째는 메탄 회수 효과를 들 수 있다. 2026년 96만톤, 2030년 412만톤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예상된다. 두 번째 요인은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화석연료 대체 효과다. 2026년 14만톤, 2030년에는 온실가스 58만톤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팜스코바이오인티 이천농장 직원이 가축분뇨 정화처리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선언적 구호로 안돼, 실제 집행 중요 = 문제는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선언적인 구호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팜스코바이오인티 이천농장에 바이오가스 생산 설비를 짓기 위해서는 약 40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 다른 돼지농가에 비해 부지가 넓어 추가 설비를 짓기 위한 공간적인 제약은 없는 편이다. 돼지농가 상당수가 빼곡하게 설비를 설치해 운영하기 때문에 추가 설비를 지을 공간이 없는 상황이다.

11일 조준희 팜엔코 대표이사는 “바이오에너지를 만드는 일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농협 등이 아닌 일반 농장에서는 엄두를 내기가 힘들었다”며 “다행히 국비와 지방비 지원, 그리고 융자 연결 등이 가능해져서 선도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팜엔코는 팜스코의 축산환경 전문자회사다.

2022년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이 제정되면서 2026년부터 대규모로 음식물류폐기물이나 가축분뇨를 배출·처리하는 민간사업장도 바이오가스를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직접 시설을 설치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거나 △다른 시설에 폐자원 처리를 위탁해 바이오가스를 만들어야 한다. 혹은 다른 시설에서 생산한 실적을 구입할 수 있다.

팜스코바이오인티 이천농장은 어렵지만 직접 설비를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바이오가스 생산 설비를 짓는다 해도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설비 신설 못지 않게 축적된 운용 노하우도 중요하다. 독일의 경우 농장주가 직접 바이오가스 생산 설비 운용도 한다.

팜스코바이오인티 이천농장은 가축분뇨를 발효해 사료 등으로 만들었지만 바이오가스 생산으로 전략을 바꿨다. 사진은 가축분뇨 발효장. 사진 이의종

조 대표이사는 “처리장 위탁관리 업무를 하는 등 관련 전문인력들이 있기 때문에 팜스코바이오인티 이천농장과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운용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가축분뇨는 물론 음식물쓰레기도 함께 처리해 바이오가스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도권 등지에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고민인 업체들도 상당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지역 업체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여러 지혜를 짜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가스 생산 확대는 물론 수요처 확보 노력도 꾸준히 필요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바이오가스 생산 확대 및 이용 촉진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한국은 바이오가스의 경제적 가치를 온전히 반영한 가격 체계와 정책적 지원 체계가 부족해 관련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바이오가스를 천연가스와 비교한 단순한 가격 경쟁력만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 효과 △폐기물 처리 효율화 △에너지 안보 증대 등 다른 이점들이 적정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천=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파리협정 = 2016년 제21차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신기후체제(post-2020) 합의문이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운 ‘교토의정서’와 달리 190여개 당사국 모두에게 감축의무를 규정했다.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상승 이내 억제 △온실가스 감축 이행 점검 등의 내용을 담았다.

■RE100 = 2014년 영국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공동 발족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이다. 정부 강제가 아닌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참여 기업은 RE100을 위해 2030년까지 60%, 2040년까지 90% 재생에너지 전환 달성을 권고받는다. 기업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 시설 등을 직접 구축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력을 구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