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각가 3조7천억…통매각 원칙”
법원 “MBK 보유지분 무상소각은 경영프리미엄 포기한 것”
청산가치 3조7000억원의 홈플러스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누구에게 얼마에 팔릴지 관심이 쏠린다. 홈플러스 매각은 회사 빚을 갚기 위한 변제 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대금은 회사로 유입된다. 주주가 지분매각으로 자본소득을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수자가 나서면 제3자 배정의 유상증자에 의한 신주발행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대주주인 MBK는 홈플러스 지분의 무상소각과 함께 경영권을 비롯한 권리를 상실한다. 인수자는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획득해 회생계획을 마무리 짓는다.
이 과정에서 잠재적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농협·쿠팡·GS·알리익스프레스 등이 인수자로 나설지 주목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 최두호·박소영 부장판사)는 홈플러스의 ‘인가전 M&A 추진 및 매각주간사 선정 허가 신청’을 받았다.
법원 관계자는 “MBK가 2조5000억원 규모의 보유지분의 무상소각을 밝힌 것은 경영프리미엄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인수전 M&A과정에서 주주적 가치를 주장해 매각대금을 청산가치 이상으로 높인다든지, 인수자에게 다른 무엇을 요구하든지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BK가 무상으로 소각하는 2조5000억원만큼 홈플러스의 매각가격이 인하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며 “매각은 청산가치 이상으로, 부분매각이 아닌 통매각으로 가져간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MBK는 보유지분 2조5000억원을 무상소각하겠다고 밝혔다. MBK의 이같은 홈플러스 보통주 무상소각은 조사보고서상 자산(6조8000억원)이 부채(2조9000억원)를 초과한 부분에 대한 주주 의결권을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허가 여부를 위해 채권단협의회 등과 의견수렴 일정을 조정 중이다. 재판부가 홈플러스 신청을 허가하면 다음달 10일 제출 예정이었던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은 M&A 완료 시점으로 연기된다.
앞서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12일 조사결과 ‘계속기업가치’(2조5000억원)보다 ‘청산가치’(3조7000억원)가 더 높아 홈플러스가 사업을 접고 자산을 처분할 때 확보할 금액은 그보다 1조2000억원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인가 전 M&A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절차는 재판부의 채권자협의회에 대한 의견 수렴이다. 이후 재판부가 허가 결정을 하면 매각주관사 선정 등 M&A 절차가 본격화한다.
해당 의견 수렴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의 입장에 관심이 쏠린다. 메리츠 계열 3개사 등 채권단은 전국 126개 운영점포 가운데 홈플러스 자가 점포 전체(56개점)를 담보로 잡고 1조2000억원을 빌려줬다.
메리츠는 홈플러스의 M&A 추진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채권자협의회에서는 청산을 주장한 후 신탁을 해지하고 담보물 처분에 나설 수도 있다. 메리츠는 기업회생 개시 이후 이자수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대 선순위 채권자인 메리츠 입장에서는 청산이 가장 확실한 투자금 회수방법이다.
삼일회계법인이 법원에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68개 임대점과 임차료 조정협상을 벌여 11개 점포의 연간 임차료가 614억원에서 455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건물주별로 10~50% 인하에 합의했다.
홈플러스 회생계획 인가전 M&A가 채권 조기회수, 회생기간 단축, 고용 및 협력사 유지라는 선순환을 가져올 지 주목된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