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최남단 ‘하늘 파수꾼’ 한라레이더
5개 국제항로 관제 주도
1분 30초에 한편씩 감시
1분 30초에 한편씩 항공기 항적을 추적 감시하는 한라레이더가 언론에 공개됐다. 2023년 12월 문을 연 뒤 처음이다. 개소 이후 하루 1000여편, 누적 54만여편에 달하는 항공기 항적을 추적해온 우리나라 최남단 ‘하늘 파수꾼’이다.

한라산 중턱 1100고지휴게소를 지나 15분을 더 걸어 올라가면 해발 1138m 지점에 우리나라 최남단 공역을 지나는 항공기의 안전을 책임지는 ‘한라레이더’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한라레이더는 중국 일본 미주 호주 동남아 중동 등을 오가는 제주 남단 공역의 국내외 항공기를 통합 감시한다.
한라레이더는 항공기 위치와 고도를 탐지할 수 있는 1차 감시레이더(PSR), 항공기와 무선통신을 통한 항적 식별이 가능한 2차 감시레이더(SSR), 다양한 항적정보를 탐지할 수 있는 자동종속감시(ADS-B) 시설까지 3중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어 항공기 조종사와 지상 관제사에게 정확한 항공기 위치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관제사와 조종사 간 음성·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도록 항공이동통신시설과 데이터링크 장비를 함께 운용해 제주남단 공역 관제의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라레이더는 기존 레이더 시설이 해발 347m의 낮은 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지구 곡률로 인한 감시 음영지역이 발생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총 176억원을 투입해 2023년 12월 개소했다. 국내 최초로 항공기 방향·거리 외에 고도 정보까지 탐지가 가능한 3D레이더(PSR)를 도입해 항공교통의 안전성을 한층 높였다.
고철승 공사 제주항공무선표지소장은 “제주남단 공역은 5개의 항공로가 교차해 매우 복잡하다”며 “기존 레이더 시설은 전파가 비행정보구역 남쪽 경계 지역까지 온전히 닿지 않아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지대에 한라레이더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남단 공역은 중국 일본 호주 홍콩 대만 필리핀 베트남 중동 등으로 향하는 항공로(Y711 Y722 B576)와 중국-일본 간 항공로(A583 Y590) 등 5개 항공로가 교차한다. 과거 이 구역은 한국·일본·중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중재에 따라 3국이 관제권을 나눠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안전 문제가 커지면서 2021년 우리나라가 관제를 주도하게 됐다. 따라서 한라레이더는 공해 주권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윤영진 한국공항공사 건설기술본부장은 “한라레이더는 대한민국 항공안전 감시체계의 핵심 기반 시설”이라며 “공사는 차세대 감시장비와 연계한 선진 감시체계 운영을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항공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