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례 칼럼

트럼프, 당신도 이민자였다

2025-06-17 13:00:13 게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임기 시작으로 미국이 올곧게 ‘더 위대한 길’로 달려갈 것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참담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미 전국을 들썩이게 하는 ‘노 킹스(NO KNGS)’ 시위의 열기는 2020년대 300년 된 미국의 건국이념과 민주주의를 의심하게 만든다. 트럼프의 제왕적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이 히틀러와 닮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를 비롯한 이른바 명문대학들을 상대로 외국 유학생과 이민자 등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과 추방, ‘말안듣는 대학들’에 대한 막대한 국가지원금의 몰수, 연방정부 부처의 폐쇄와 대량 감원이 진행됐다. 올해 1월부터 우리는 ‘위대한 미국’이 ‘위험한 미국’으로 쪼그라드는 광경을 매일 목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의 이민추방정책으로 미국의 아시아계 국민과 태평양계 섬 출신(AA/PI)국민들의 인권단체인 ‘AA/PI 혐오중지(Stop AA/PI Hate)’의 제도적 차별과 혐오경험에 대한 보고서가 화제다. 트럼프 취임 후 아시아계에 대한 제도적 차별과 혐오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단체도 연방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혐오중지 사업의 지원금 지급을 중지당했다.

보고서는 2024년 미 대선이 치러진 한 해 동안 AA/PI 성인의 53%가 혐오와 증오를 경험했다는데, 이는 전년도의 49%보다 4%p가 늘어난 수치다. 특히 18~29세의 청년층은 무려 74%가 혐오범죄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 중 70%는 스트레스를 , 59%는 초조감을 호소했고 응답자 83%는 미국의 인종차별 강화 추세를 우려했다.

시카고대학교의 전국여론조사센터(NORC)가 올해 1월 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600여명의 응답자들 개개인의 차별 경험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 지금 전국적 이민혐오로 확대되고 있다. 공격자들은 인종차별적 욕설과 함께 “너희들은 미국인이 아니다”라거나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추방을 위협한다. 로스앤젤레스의 반트럼프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트럼프는 주방위군과 해병대 병력 수천명을 파병해 주정부 등 반대소송에 휘말려 있다.

미 합참의장 "LA시위 외적침공 아냐"

지난주 미군 서열 1위인 댄 케인 미 합동참모의장이 트럼프대통령의 LA시위단속 반발 시위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공개 이견을 발표했다. 그는 11일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의 "외적 침공" 발언에 대한 질문에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LA해방"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같은 청문회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불법 체류자가 2100만명이며 트럼프정부가 이를 척결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트럼프가 전격 임명한 예비역 장성인 케인 의장은 이에 반대한 것이다.

독일 출신 이민의 손자로 신대륙 미국에서 부호로 성공한 트럼프, 슬로베니아 이민 출신인 멜라니아를 현재 부인으로 둔 트럼프는 왜 이민을 혐오하고 이들의 추방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그의 추방대상은 멕시코와 중남미 등 대륙출신의 불법 이민들이며 아시아계, 아랍 아프리카계 등의 순서다. 미국 (백인)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거나 마약 등 각종 범죄 책임, 단순히 개인취향에 따른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와 단속이 대대적 이민추방 정책으로 전개되고 있다.

불법이민에서 시작해 지금은 합법적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까지도 검거하거나 추방하는 경우가 많다. 이민국(ICE) 단속원과 경찰들이 피부색만 보고 단속하고 있는 것이다. CNN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갱단원들을 미국에 침입시켰다는 트럼프정부의 주장처럼 뻔뻔한 것은 없다"며 케인의 반박을 높이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불법이민자와 급진주의자를 추방해야 하는 이유가 친이스라엘 시위대에 대한 콜로라도 주의 화염병 공격사건 같은 불상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 미국대통령 중에서 트럼프처럼 극단적인 이민 단속의 이유로 반유대주의 공격을 거론한 대통령은 없었다.

이민추방정책과 중동전 중재실패는 화근

6월 16일 참다 못한 오바마 전 대통령(민주당)이 어린시절 부모를 따라 불법입국했지만 학교에 다니며 사회적응도 잘 하고 있는 유소년이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유소년입국자 추방유예 계획(DACA)’을 만들었던 자신의 경험을 거론하며 트럼프의 반 이민정책에 일격을 가했다. 그는 "미국은 원래 (이민들의) 다민족국가다. DACA는 법치주의 실현의 성공사례다"라며 "수많은 묵묵히 일하며 사는 이민들을 악마화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란-이스라엘의 전면전 위기를 초래했다는 평을 듣는 트럼프는 중동전 종식의 적임자임을 주장하다가 체면을 구겼다. 국내에선 "합법이든 불법이든 이민들도 우리 이웃"이라는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게다가 관세정책과 이민정책, 중동전 중재역 등에서 실패-축소-철회를 거듭하고 있는 그의 오락가락 정책은 전지구적으로 너무 많은 인류의 삶과 미래를 망쳐놓고 있다. 트럼프는 전면적 ‘미장트로프(인간혐오자)’인가.

언론인·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