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실패’ 벤처투자시장, 스테이블코인 발행 차익 활용 가능”
민병덕 의원·한국벤처창업협회 개최 토론회
“벤처 투자는 증가하는데 자금회수 안돼 정체”
“코인 발행으로 생긴 이익, 벤처생태계로 투입”
지난 2000년 3월 3000포인트에 육박했던 코스닥 지수는 25년이 지난 현재 80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술·벤처 중심의 코스닥 시장 침체는 벤처 생태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AI 등 첨단기술이 미래 먹거리라고 하면서 정작 이에 대한 투자 활성화가 미진한 가운데 ‘코스닥 3000 유니콘 40 중소벤처기업 성장방안’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16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벤처창업협회가 공동개최한 이 토론회에서는 벤처 생태계가 겪고 있는 자금 조달 경색, 투자 심리 위축 등의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2000년 IT 버블 붕괴 이후 침체기를 겪다가 2010년대 들어서 실력 좋은 창업자들이 회사를 만들고 스마트폰 기반의 플랫폼으로 실적을 내면서 벤처시장에 견실한 기조가 생겼다”면서 “이제 문제는 투자는 증가하는데 회수는 안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회수의 한 부분은 정부 사이드에 있고 다른 한 부분은 대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대기업의 벤처투자(CVC)가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엑시트가 잘 안되고 결과적으로 진입도 잘 안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아시다시피 벤처 생태계 자본 시장은 시장 실패가 있는 시장이라서 단순히 시장의 힘으로만 성장한 사례도 없고 그렇게 성공한 사례도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국가가 리소스를 투입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벤처 생태계에 투입할 자본 조달 방식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는데 스테이블코인(가격변동 없는 가상화폐) 발행에서 파생되는 시뇨리지(주조차익)와 부동산 유동화를 통한 투자였다.
강 교수는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네이버나 카카오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1조원만큼 발행한다고 하면 1조원만큼 자본 비용 없이 조달하는 효과가 생기고 그 1조를 운용하면 더 어마어마한 수익이 생길 수 있다”면서 “그래서 테더(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가 돈을 많이 벌고, 서클(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이 상장하면서 3배가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가해주고 그 기업들이 거기서 발생하는 시뇨리지 일부를 벤처 생태계에 넣으면 새로운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아파트 등 주거 시장에 모여 있는 자금이 생산적으로 쓰이도록 아파트 자산을 유동화한 다음 이를 담보 자산으로 만들어 벤처캐피탈에 투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기업인 500글로벌의 신은혜 변호사는 “현재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은 직접지원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방식은 시장 기반 투자 판단과 무관하게 자금이 배분되며, 성공 가능성과는 별개로 형평성·서류 요건 중심으로 예산이 소진된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일한 예산을 전문 운용사에 출자함으로써 간접적 방식으로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면, 각 펀드가 자율적 투자 판단을 기반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집중적으로 자금이 집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영근 상명대 교수는 “미국은 외부에서 볼 때 전 세계에서 유일한 민간 주도 벤처캐피털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라고 얘기한다”면서 “그런데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미국 정부와 미국 벤처캐피탈 생태계는 한 몸”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미국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첨단 기술 쪽에 가까이 있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과 밀접한 의사소통을 한다. 국가가 전략 기술 로드맵을 짤 때 유명 벤처캐피탈들과 같이 짜고 역할을 나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심도 깊게 봐야 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민병덕 의원은 “코스닥 시장의 성장은 곧 우리 벤처 생태계의 복원과 확장을 의미한다”면서 “새롭게 국정 운영의 책임을 맡게 된 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저 역시 정부가 이러한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입법과 정책 면에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