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산업정책, 이번엔 제대로 짜고 실행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G7 순방길에 앞서 재계 5대그룹 총수와 6개 경제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민간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실용적 시장주의’ 국정철학이 모든 기업에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결정과정에서 당위와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현실을 반영한다는 의미여서 재계를 비롯 산업계는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선거공약집에 따르면 3대 비전 가운데 성장부문에서 세계 5대 경제강국을 목표로 혁신을 통한 경제도약으로 ‘진짜 성장’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진짜 성장’을 위해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집중육성 △성장기반 구축 △공정경제 △국가균형발전 △기후위기 대응 5가지 분야를 제시했다.
실행에 옮기지 않은 정책은 의미 없어
인공지능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 강화와 인재양성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글로벌 4대 첨단제조 강국 도약을 위해 ‘혁신선도형 첨단산업구조’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대전환을 추진하게 될 첨단산업으로는 반도체, 나노기술, 미래형 모빌리티, 차세대 이차전지, 재생에너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AI, 양자컴퓨터, 첨단바이오ㆍ디지털헬스케어, 지능형 로봇, 그린수소, 우주항공산업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주력산업의 첨단화를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미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주력산업은 현재 심각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철강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25% 관세부과로 미국 수출이 급감했고 내수도 침체해 경영지표가 떨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현장에서는 공장가동을 멈춰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우울한 분위기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석유화학제품의 물량공세에 그동안 벌어들인 체력이 고갈되고 있어서다.
조선산업도 수주가 역대 최고치에 달하고 미중 갈등의 현실적 대안으로 한국이 주목받으며 침체를 벗어나고 있지만 중장기적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들 주력산업을 어떻게 고도화할 것인지는 앞으로 이재명정부 산업경제정책 성패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말이 고도화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동반될 수 있다.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성숙함과 전문성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국내외 저해요인이 없는데도 0%대가 예상되는 것은 구조적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시킨 유일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그동안은 수출중심의 추격형 대기업 육성전략은 유효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전략이 우리 발목을 잡고 있다. 중간재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는 중국 제조업 성장으로 기틀부터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제조2025’를 10년전부터 차근차근 실행해 AI 로봇 드론 자율주행 배터리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굴기를 이루었다. 여기에 트럼프행정부의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무차별적인 관세폭탄, 비경제적 압박 등은 우리 산업구조 대전환을 서두르게 하는 외부 요인이다.
윤석열정부 때인 2022년에도 산업대전환을 위한 경제단체와 경제연구기관들이 머리를 맞댔다. 1년 동안 연구했지만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실상 폐기됐다. 세계 각국이 4차산업혁명과 AI산업 발전을 위해 우수인재 육성에 힘을 모을 때 우리는 연구개발(R&D)예산 축소와 의대정원 확대 논란으로 뒷걸음쳤다.
주력산업 고도화, 중소벤처기업 활성화 방향으로
산업계는 이재명정부가 윤석열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절박한 심정으로 산업구조 대전환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경제단체 한 간부는 “주력산업 성장동력은 더 약화됐고 시장의 역동성을 키워야 하는 요구는 더 높아졌다”며 “기업이 한번 해보고 싶은 것들은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정책적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정부는 중소벤처와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확립을 5대전략의 하나로 삼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혁신이 가로막히지 않도록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을 하는 것은 산업구조 대전환의 한축이 될 것이다. 규제합리화 방향도 주목된다. 현장에서는 규제방식을 열거주의(포지티브)방식에서 포괄주의(네거티브)방식으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보편적 가치인 안전과 공정을 해치지 않은 범위에서 벤처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최대한 끌어내고 부추기고 뒷받침해 주어야 할 때다.
범현주 산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