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군사압박 극대화
트럼프 “무조건 항복” 촉구
이란 핵시설 공습 초읽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무조건 항복’을 촉구하며 군사적 압박수위를 극대화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주재한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향후 군사대응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이란 최고지도자의 은신처를 정확히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인내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세 가지 군사 옵션이 검토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첫번째는 미국이 공중급유와 정보지원만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두번째는 미군과 이스라엘군이 이란 핵시설을 공동 공습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미국이 작전을 주도하고 이스라엘이 보조하는 방식으로 이 경우 미군의 B-1, B-2 폭격기와 순항미사일이 동원될 수 있다.
CNN과 악시오스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자산 직접 사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군사개입론은 네타냐후 총리의 집요한 설득과 이란의 협상 태도에 대한 실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NYT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으며, 미국은 이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미 중동지역에 항공모함 니미츠호와 30대 이상의 공중급유기, 그리고 F-16, F-22, F-35 등 전투기를 증강 배치했다. 뿐만 아니라 벙커버스터 폭탄 GBU-57과 이를 운반할 B-2 스텔스 폭격기 배치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이란 상공 제공권을 장악했다고 밝힌 트럼프 발언은 사실상 공세적 전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텔아비브 하이파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를 대부분 요격했고 핵심 군사시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란 미사일 발사대 200기를 파괴하고 고위 군 지휘관 다수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고 정권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은 정권 유지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 경우 세계 원유 수송량에 큰 영향을 미치며 국제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뤄질 향후 미국의 대응은 중동질서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유화책을 택할 경우 외교적 전환이 가능하겠지만, 무력저항을 선택한다면 사태가 어떻게 흐를지 가늠조차 쉽지 않다.
이란과 이스라엘, 트럼프행정부는 물론이고 주변 중동국가들과 주요 강대국들이 한꺼번에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