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새 8개국과 만남…‘대한민국 정상화’ 알렸다
이 대통령, G7 정상외교 마지막날 … 숨가쁜 릴레이 회담 남아공 호주 이어 영국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등 만나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정상외교 이틀째이자 마지막날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은 첫날보다 더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국가 중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곤 모든 정상들을 다 만났고, UN 사무총장과 EU정상과도 만나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알렸다. 한미정상회담은 불발됐지만 취임 후 첫 한일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발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늦게 공군1호기 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브라질→UN→멕시코→인도→영국→EU→일본→캐나다 =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캐나다 캘거리에서 약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카나나스키스로 이동해 이번 회의에 참석한 주요국 및 국제기구들과 릴레이 회담을 가졌다. 전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와 정상회담을 합치면 나라 숫자는 8개국에 달한다. 수개국이 모이는 다자외교 무대를 최대한 활용한 셈이다.
가장 처음 만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는 어린 시절의 가난과 정치적 핍박이라는 공통점을 상기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소년공 시절 프레스기에 눌려 팔을 다친 일화를 말하자 룰라 대통령은 몇 살 때 일이냐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이 대통령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이 대통령을 초청했고, 이 대통령은 기후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초청에 감사를 표했다.
이후 안토니우 구테레쉬 국제연합(UN) 사무총장과 약식회동을 이어갔다. 구테레쉬 사무총장은 오는 9월 UN총회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제안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 멕시코 대통령과 만나 미국과 관세협상 진행과 높은 지지율의 비결을 물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에 한국 기업 기아 공장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과 경제 협력 강화 바람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사람 모두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서 태어나 지도자가 된 사실에 대해 공감대를 나눴다.
G7 공식환영식을 마친 후에는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정상과 연이어 정상회담을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겐 한영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필요성을 제시했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겐 안보·방산 협력 심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과 만나선 협력 강화에 공감했다.
◆“아태지역 제1의 AI 허브 구축” = 이 대통령은 이날 G7 회원국과 초청국 정상이 함께 참여한 확대세션에 참석해 두 차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첫 번째 발언에서 에너지 안보 달성과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가 글로벌 경제 성장과 번영의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대한민국이 이를 위한 국제적 연대와 협력에 적극 동참할 것임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AI 기술 발전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이 대통령은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에 필수적인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우리나라가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의장국 활동을 통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G7 회원국과 파트너국을 비롯해 핵심광물 보유국들과 양자·다자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 관련 두 번째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AI 시대 속에서 국제사회가 준비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AI 혁신에 민간의 역할이 크다고 지적하고,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과감한 세제 혜택과 규제혁신, 국민펀드 조성을 통해 국가 전반의 AI 대전환을 추진하며 아태지역 제1의 AI 허브 구축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경주에서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AI 협력의 비전과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제시하겠다며 주요국 정상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요청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10여일 만에 이루어진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회복과 정상외교 복원을 알리는 첫 국제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글로벌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우리 비전을 공유하고 신기술 시대 국제사회의 논의에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참여해 우리 경제에 우호적 여건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실현을 본격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나나스키스=김형선 기자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