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 첫 업무보고서 기재부 ‘경기판단·세수예측 오판’ 지적
이한주 위원장 “공약 이해 떨어져” 쓴소리
산업경쟁력 강화·격차 해소 방안 주문해
오늘 추경안 발표 … 민생·경기회복 촛점
7월 재정전략회의 뒤 세법개정·예산안 확정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밑그림 작업에 돌입한 국정기획위원회가 부처 업무보고 첫날부터 기획재정부 길들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1분기 성장률 역성장에 기재부의 안이한 판단과 대응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따졌다. 2년간 역대급 세수펑크가 날 정도로 경제상황이 악화한 것에 대한 반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 대선 공약을 정책화할 방안에 대한 고민과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획재정부 조직개편과 기존 부자감세 정책에 대한 원상회복 작업도 감지된다. 7월까지 이재명 대통령 경제 구상인 ‘진짜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경제정책 밑그림 작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첫 보고 나선 기재부 =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전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기재부 등 정부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부처 일반 현황과 새 정부 공약 이행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경기 둔화,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외 여건 속에서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등 첨단 전략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이에 대해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공약에 대한 이해와 보고의 충실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보완을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험을 들어 문제점을 비교했다고 한다.
특히 기재부 업무보고에서는 국정기획위 위원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오시고 나서 국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할 것 같은데, 그 내용은 자못 심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태호 위원은 “지금은 ‘제2의 IMF’라고 할 정도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0.8%대로 전망되는데 이조차 가능할지 전문기관에서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정말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세입 결손이 생겨 국고도 바닥이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이 위기 상황을 냉정하게 직면하고 진정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국정기획위는 이날 기재부에 ‘진짜 성장’을 위해 성장 잠재력 확충과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 혁신과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업종별·지역별 격차 해소 방안 등을 정부에 주문했다. 아울러 대선공약을 실현할 구체적 정책방안을 마련할 것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개편TF 위원장에 박홍근 = 업무보고에서 위원들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을 두고 기재부의 경기 판단과 대응이 잘못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3년 연속 수십조원대 세수 결손 사태가 예고될 정도로 정부의 세수 예측이 벗어난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기재부 외에도 국무조정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여성가족부·교육부 등 정부부처 13곳 업무보고가 내내 이어졌다. 이날 오후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이 위원장은 “국제시장에서도 (우리 기업이) ‘톱티어’(최상위)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통령 임기를 마치기 전에, 5년 안에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문화 정책 공약인 ‘5대 문화강국’ 실현을 위해 향후 5년간 51조원의 예산을 확보해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한류 확산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대통령 집무실 복귀 절차에 따라 오는 8월 1일부터 청와대 관람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한편 국정기획위에는 △국정비전 △정부조직 개편 △국정운영 6개년 계획 △조세재정 △참여민주주의 △규제개혁 등 6개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정부조직 개편 TF에서는 기재부의 경제정책과 예산 기능을 쪼개는 방안이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TF팀장에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게 됐다. 또 조세재정TF는 향후 5년간 새 정부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과 재정 개혁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20조 이상 규모 추경안 발표 =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한다. 추경안은 경기 진작과 민생 회복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혁신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려면 먼저 경제에 활력이 돌도록 할 마중물이 필요하다는게 현 정부의 판단이다.
7월에는 경제부총리 임명이 이뤄지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반도체 등 핵심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AI·문화 강국 실현 방안, 에너지 전환 계획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대통령은 7월 중순쯤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정부와 여당이 참여해 향후 국가 재정의 큰 틀을 설계하는 자리다. 회의는 매년 5월 개최되지만 올해는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아직 열리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7월 말 세법개정안, 8월 말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정기획위는 오는 20일까지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향후 5년간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19일에는 금융위원회, 관세청,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업무보고를 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