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트라우마, ‘부동산 상승’…“섣부른 대책, 말하지 말라”
문재인정부 ‘반면교사’… 공급대책·대출규제 ‘계획대로’
국정기획위 ‘은행의 대출 확대 유인 축소 방안’ 제시
“대증요법 아닌 종합대책 꼼꼼히 만들어 내놔야” 조언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정부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부동산 급등에 다소 불안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진영이 집권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민주당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일부지역에 일시적 현상’이라며 외면하는 시각도 있지만 혹 과거와 같이 확산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재명정부와 여당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공급대책과 수요억제정책인 대출규제 강화방침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섣부른 구두 개입’이나 ‘대증요법’이다. 현재의 투자나 투기심리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민주당 친명계 모 중진의원은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정부를 반면교사삼아 책임있는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부동산 가격 규제와 관련한 발언을 자제하고 조심해야 한다”면서 “섣부른 발언이나 섣부른 대책들이 오히려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국토연구원의 ‘5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 시장 소비 심리 지수는 113.0으로 전월 대비 4.3p 올랐다. 수도권은 118.3으로 5.8p 상승했고 서울은 131.5로 11.0p나 뛰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2주(지난 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 주 대비 0.26% 상승했다. 지난해 8월 이후 40주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2월 1주에 상승 전환한 이후 19주 연속 상승한 것도 눈에 띈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2.29%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은 0.05%였다. 상승 폭이 크게 벌어진 것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 이유에는 유동성 과잉에 따른 대기자금이 풍부한 데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 여파로 규제 틈새를 노린 투자수요가 발생했고 7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으로 대출 한도가 줄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해 보려는 막차 수요 등이 겹친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진보 정부가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심리도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세금규제 방식은 신중 = 정부나 여당은 ‘공급확대+대출규제’에 주력하겠다는 원칙에 충실하면서 노무현·문재인정부와 같은 세금규제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에 있는 모 의원은 “공급부분은 공약대로 늘리는 쪽으로 잡겠지만 공급이라는 게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3~4년 걸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대책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출규제에 대해서도 현재 진행되는 방식과 함께 추가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측면이 있지만 보수정부에서 부동산이 덜 오른 것은 민주당정부의 정책효과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면서도 “시장에서 민주당정부의 부동산 가격상승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수 십 번의 대책을 내놓고도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나 여당에서 한마디씩 하는 것은 오히려 투기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면서 “현재는 말로 의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먼저 정부를 제대로 구성하고 국토부장관도 임명한 이후 정책조합을 만들어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급활성화방안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고품질 공공임대 주택과 공공임대 비율의 단계적 확대’를 약속하면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위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모델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임대주택 확대 등 손에 잡히는 공급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이창용 한은총재는 “금리 인하 추세에 있다 던지, 앞으로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고 있는 만큼 기대를 처음부터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수도권 지역에서 공급안이 더 나와야 하고, 한은은 과도하게 유동성을 공급해 기대 심리를 증폭시키는 잘못을 범하면 안 된다”고 했다.
대출규제 강도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기존 DSR규제는 계획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국가기획위원회는 ‘금융회사에 완충자본을 부과하는 자본 규제 도입 검토’를 제안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자금공급 비용을 높이는 자본규제로 부문별 경기대응 완충자본 또는 부문별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의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주택담보대출의 규제 실효성을 높여 은행이 기업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의 공급을 선호하는 유인을 축소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내부모형을 이용해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경우 위험가중치 하한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며 “국내은행의 주담대 평균 위험 가중치는 약 15% 수준으로 홍콩, 스웨덴의 경우 위험가중치 하한을 25%로 상향한 바 있다. 위험가중치 조정 시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 분에 대해 적용할지 아니면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적용할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시에 부동산에 쏠려 있는 유동성을 국가전략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옮겨오는 방안과 주식시장 활성화로 ‘머니 무브’를 유도하는 방안 등도 같이 추진된다.
그러면서 컨트롤타워도 손 볼 생각이다. 국가정책기획위는 “금융개혁을 강화하고 정치적 목적이나 정부의 입장에 따라 가계부채 관련 정책이 수시로 변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혼란스럽게 하고 부동산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여 왔던 관행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며 “거시경제 차원에서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은 금융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의 친명계 의원은 “지금을 복합적인 부동산 정책을 준비해서 꼼꼼하게 따져서 내놔야 한다”면서 “문재인정부와 같이 실력 없는 정책으로 실기하고 오히려 투기심리를 부추겨선 안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